우려많던 제네릭(복제의약품) 약가제도 개편안이 공개됐다. 정부는 제네릭 약값을 일정 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다르게 매기는 '차등가격 원칙'으로 약가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제약사들은 앞으로 직접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을 하거나,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등 제네릭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만 약가 인하를 면할 수 있게 된다. 개편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약값 깎인다
보건복지부가 27일 발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은 복제약 가격을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데 따라 보상하는 차등가격 원칙을 골자로 한다. 노력하는 만큼 약가를 우대한다는 얘기다. 복제약 난립과 미흡한 원료 품질관리 문제가 제기된데 따른 조치다.
이제까지 제네릭 가격 제도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최대 53.55%를 받을 수 있는 동일제제-동일가격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제약사는 오리지널의약품과 복제약의 안전성 및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기존에는 공동·위탁생동 만으로도 가격 차별 없이 제네릭 허가가 가능했다. 또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약가를 받을 수 있다. 제시한 두 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45.52%, 하나도 충족하지 못하면 38.69%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또 건강보험 등재 순으로 21번째 복제약부터는 기준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로 산정하기로 했다. 21번째 복제약은 20개 제품 중 최저가의 85%, 22번째는 21번째 가격의 85%를 받는 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복제약 허가제도도 연계해 추진된다. 식약처는 지난 2월 공동·위탁 생동성 시험을 장기적으로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허가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편안은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이지만,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복제약과 현재 건강보험 급여 적용 중인 복제약을 구분해 적용 시점을 달리하기로 했다. 신규 복제약에는 개편안을 적용하는 반면 기존 복제약의 경우 정부에서 제시하는 요건 충족 및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편안 시행을 통해 제약사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환자 안전 관리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제약계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제약사와 요양기관, 환자들의 불편이 없도록 세심히 살펴가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생동 대란…중소제약사 직격탄
제약 업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했지만, 여전히 공동·위탁생산 중단으로 인한 '생동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위탁 생동으로 제네릭 허가를 받은 중소 제약사는 손실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에 ▲자체 생동성 시험 수행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직접 생산 등 세 가지 요건이 들어갈 것으로 예견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업계 반발이 컸던 '직접 생산' 기준을 제외했다. 직접 생산 요건이 포함될 경우, 제네릭 난립에 책임이 전혀 없는 위탁생산(CMO) 기업들이 억울한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당초 직접 생산을 기준에 넣고 인하 폭도 더 크게 하는 방안을 논의했었다"며 "제약업계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복제약 난립의 가장 큰 원인은 공동 생동성 시험이라고 보고 정책 개편 취지에 맞도록 직접 생산을 요건에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체 생동성 시험 조항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식약처는 지난달 공동 생동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1+3'으로 공동생동을 4개 제약사로 제한하고, 장기적으로는 공동 생동을 완전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동·위탁 생동으로 허가를 받은 복제약 판매가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제약사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당초 정부에서 세웠던 방침과 비교해 요건이 완화되는 등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준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 식약처의 한시적인 공동·위탁생동 1+3개사 제한 실시 후 완전 폐지 방침에 이은 복지부의 이번 발표로 '생동 대란'이 발생하는게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정부는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할수 있는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제약산업계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진행해주기 바란다"며 "정부는 이제 제약산업을 규제대상으로만 보지말고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