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기업 아스트가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 중 하나인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사의 항공기 동체 제작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민간기 제작사로서는 국내 최초로 '슈퍼 티어 1'에 진입한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아스트는 엠브라에르와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RSP)'를 맺는다.
항공기 정밀구조물 제작 업체 아스트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엠브라에르의 항공기 동체 제작 사업권 인수에 따른 향후 회사 성장 전략 및 비전을 발표했다.
아스트는 이번 달 트라이엄프그룹으로부터 엠브라에르의 E-제트Ⅱ 항공기 동체 제작 사업권을 전체 이양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트라이엄프 그룹으로부터 엠브라에르 2세대 E-제트 항공기의 동체 생산 전 분야를 단독 생산하는 파트너로 선정의 연장선이다.
슈퍼 티어 1이란 민항기 개발 단계부터 핵심 구조물 설계·제작에 참여하는 최상위 협력회사를 뜻한다.
엠브라에르의 E-제트 Ⅱ는 130인승 이하의 중소형 항공기 E-제트의 2세대 모델로 에너지 효율성 등을 높여 한 단계 더 발전된 기종이다. E-제트는 지난해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생산된 항공기며 연간 100대 이상, 현재까지 총 1700대 이상 판매됐다.
이번 계약으로 아스트는 E-제트 Ⅱ 기종 동체 설계 기술, 권한 및 지식재산권을 전부 소유하게 된다. 개발 제작한 항공기는 올해부터 트라이엄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항공사에 납품하며, 사업권 인수 이후 아스트의 납품 수량은 약 30% 정도 더 증가할 전망이다.
김희원 아스트 대표이사는 "이전까지는 트라이엄프 사를 가운데 두고 있어서 엠브라에르 사와의 거래에서 1000억원 정도 매출이 나왔으나 이번 사업권 인수를 통해 500억원 정도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비행기 뼈대 부분인 스트링거 사업부문을 분리하여 설립 후 생산 및 납품을 시작한 아스트는 2014년 12월 제조업 부문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기술 특례 상장했다. 회사는 점차 기술 개발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항공기용 정밀부품과 골격재, 동체 제작까지 발전해나갔다. 대표 상품으로는 보잉사의 B737 후방동체 핵심 부품인 '섹션48'이 있다.
아울러 이번 계약으로 아스트가 엠브라에르와 RSP를 맺으면서 계약 기간도 없어지고, 애프터마켓서비스(A/S)를 전담하게 되며 항공기 동체 설계에 대한 지식재산권까지 갖게 된다. 또한, 향후 5년간 트라이엄프 사에서 항공기 수정이나 개선 관련 기술 습득을 지원을 받게 된다.
아스트는 엠브라에르의 E-제트 Ⅱ 동체 제작 사업권을 인수함으로써 단순히 항공 부품을 수주받아 납품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개발단계부터 핵심 구조물의 설계 제작에 참여하며 항공기의 동체 설계 기술·권한 및 지식재산권까지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계약은 국내 민항기 설계기술 및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현 상황에서 국가적으로도 유의미한 성취다.
김 대표는 "리스크 셰어링 파트너는 국내 항공기 사업에서 꿈에 그리던 사업"이라며 "정부 주재 하의 중장기 사업도 이렇게 참여해서 안정적인 기술 확보와 시장 확보를 도모했던 아주 중요한 디딤돌 중 하나가 될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엠브라에르가 민항공기 부문 전체를 미국의 보잉사가 인수하게 되면서 아스트는 보잉 사의 보잉737과 엠브라에르의 E2 항공기 부품을 모두 생산하게 된다.
김 대표는 "두 항공기는 모두 지금 막 개발된 것으로 향후 20년간 두루 사용될 예정"니아며 "이는 그 기간 동안 아스트가 3000억원의 매출을 확보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 중에 이 정도 미래 먹거리를 가진 중소기업이 있으면 나와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한편, 에티오피아항공 B737-맥스 기종 사고 소식 이후 '섹션 48' 납품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다. 이에 아스트는 현재 납품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잉사는 성명을 통해 결함 원인으로 추정되는 소프트웨어 개량 작업을 진행 할 것이며 수주일 내 모든 B737-맥스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스트의 지난해 실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1170억1300만원, 영업이익 108억3100만원, 당기순이익 44억4000만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0.4%, 35.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204.2% 증가한 수치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김 대표는 "재작년부터 E2 관련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보잉사와 엠브라에르사의 JV(합작법인)가 설립되면서 계약 승인이 나지 않아 1년 반 정도 일정이 늦어졌다"며 "현재 수익률이 9% 정도인데 앞으로 12~13%까지 수익률을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