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개발에 큰 지원군이 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6년 6월 처음 발의된 지 2년9개월 만이다. 바이오 업계는 바이오의약품이 기존 약사법 규제를 벗어나 새로운 치료제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세포·유전자 조작 치료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28일 전체회의를 거쳐 '첨단법'을 포함한 113개 안건을 가결했다. 첨단법은 전혜숙·김승희 의원이 발의한 '첨단재생의료법'과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병합된 법안으로,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全)주기 안전관리체계를 담은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됐다.
법안은 구체적으로 ▲치료 수단이 없는 질환에 투약하는 혁신 바이오의약품을 먼저 심사하는 '우선 심사' ▲개발자 일정에 맞춰 단계별로 사전 심사하는 '맞춤형 심사' ▲임상 2상 만으로도 일단 의약품 시판을 허가해 주는 '조건부 허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심사 기간이 빨리지고, 임상 2상만으로도 일단 의약품 판매가 가능해지면 면역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은 시급한 바이오의약품의 출시가 최대 4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첨단법은 파격적인 규제완화 조치임과 동시에 기존의 화학합성의약품 위주의 약사법 규제에서 벗어나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안전관리체계에 반영하기 위한 든든한 울타리"라고 평가하며 "이번 법안 통과를 길었던 대장정의 방점이자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앞으로도 산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더욱더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를 비롯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의 시민단체는 그동안 재생의료의 무분별한 활성화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조치 미비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를 반대해왔다.
법안소위는 지난 12월 환자의 안전성 확보 우려로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이번 법안에도 '안전 및 지원'을 추가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첨단법의 원안에는 ▲일상기능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주는 비가역적 질병 ▲만성·재발성 질병 ▲희귀질환 ▲감염병 등이 포함됐지만 법안소위 심의 과정에서 수정된 안에는 ▲대체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감염병으로 대상이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건약은 "첨단법은 기존 약사법의 틀과 방식, 내용과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첨단바이오 치료제를 위한 새로운 기준과 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국회에 충분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자고 주장하였음에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작된 세포나 유전자는 오랜 기간 체내에 남아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부작용을 조절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며 "반면, 이러한 치료제는 한번 투여 받는데 수백에서 수천만 또는 억 단위의 비용이 예상되며, 치료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경우 환자는 수개월마다 이러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