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전문가들은 금호그룹 총수가 갖고 있는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포기해서라도 추락하는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외부 회계감사 결과 재무제표가 적정하지 않게 작성됐다는 의미인 '한정' 판정에서 '적정' 판정으로 뒤집혔다. 한정은 외부감사인이 기업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기업이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 범위가 일정 부분 제한됐을 때 제시하는 의견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당시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한 충당 부채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반영 ▲손상 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 가능액 및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제시했다.
재감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액은 소폭 늘고(7조1834억원) 영업이익 감소(282억원), 당기순손실 규모(1959억원)는 늘었다. 부채 비율도 721.0%에서 814.9%로 증가했다.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을 수 있었지만 거래재개 당일인 26일은 공포심에 억눌렸던 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14.98%나 급락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항공은 현재 신용등급 강등과 채권상환 압박, 기업의 시장 신뢰 회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보다 강등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송수영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A등급 외에는 모두 위험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BBB에서 BB등급으로만 떨어져도 C등급인 투기등급에 가까울 수 있어 회사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경우 당장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투자자 조기상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신규투자나 미래먹거리에 대한 투자로 인한 수익을 얻기보다 채권이자를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
송 교수는 "항공산업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창출 능력이 괜찮다는 확신이 있다면 출자전환이나 산업은행 채권단에서 이자 내는 것을 포함해 협약을 맺는 것도 또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원점에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7년 아시아나항공을 심층관리대상으로 분류하고 실사를 진행하고, 산업은행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MOU 만료를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다시 진행하고, 금호그룹이 제출할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협의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 MOU 재체결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선 출자전환, 지분매각 등 금호 아시아나 그룹 총수 노력으로 기업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 교수는 "상황상 투자자들은 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못하게 되고 아시아나는 금액을 낮춰 투자를 하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지분매각 후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배권을 포기하는 자산구조만 마련해도 시장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다"며 "우선적인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