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예비 후보로 거론됐던 굵직굵직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불참한 가운데 금융 혁신과 안정성을 놓고 이견이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핀테크 기업 중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은 토스가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챌린저뱅크를 모델로 내세우며 혁신 이미지는 확실히 했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자신감을 표했지만 아직은 우려가 크다. 벤처캐피탈(VC)에 기댄 투자유치만 바라볼 수도 없고, 기존 주요 주주인 VC에 대해서도 당국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혁신성만 바라보자니 안정성이 아쉽고, 안정성을 이유로 인가를 안 내주기엔 금융혁신에 대한 당국의 의지가 꺾인다. 토스가 금융당국에 큰 숙제를 던진 셈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는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포함한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5월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당국이 공개한 인터넷은행 인가배점에 있어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혁신성이다. 1000점 만점 중 350점이다.
토스는 이미 누적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핀테크 대표주자다. 지난해 국내외 벤처캐피털로부터 모두 1340억원을 유치하며 유니콘을 공식화한 첫번째 핀테크 기업이다.
이와 함께 제시한 챌린저뱅크를 모델도 금융과 산업의 융합이란 기존 인터넷은행과는 차별화됐다.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통해 은행업, 더 크게는 금융업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취지에 맞을 수 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달 28일 간담회를 갖고 "토스뱅크는 기존 은행 영역에서 벗어난 챌린저뱅크가 될 것"이라며 "기존 금융권에 접근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뱅킹서비스 뿐만 아니라 금융과 관련된 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우려는 안정성에서 나온다. 혁신성 못지 않게 이번엔 추가 자금조달 방안 역시 배점이 높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토스가 대주주로 지분율 60.8%를 가져가며 ▲한화투자증권 9.9% ▲알토스벤처스 9% ▲굿워터캐피탈 9% ▲한국전자인증 4% ▲베스핀글로벌 4% ▲무신사 2% ▲리빗캐피탈 1.3% 등의 지분 투자로 주주 구성이 완성됐다.
예비인가 평가항목 배점을 지난 2015년과 비교해 '자본금 규모'는 60점에서 40점으로 감소한 반면 추가적인 자본조달방안 등 '자금조달방안의 적정성'은 기존 40점에서 60점으로 배점이 늘었다.
또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주요주주가 자금 등을 투자할 수 있는지 등 '사업계획의 안정성'에 대한 배점은 기존 50점에서 100점으로 2배로 높아졌다.
예비인가를 신청하면서 유동성 공급 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 대상은 원칙적으로 은행법상 대주주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자금조달의 실현가능성 및 추가자본조달에 대한 의지 등 평가항목에서 대주주 뿐 아니라 여타 참여주주도 유동성 공급에 동참하도록 하는 계약서나 확약서 등이 있을 경우 평가상 이점을 주기로 했다.
토스의 경우 주요 주주인 VC는 물론 추가 자본 유치에 대해서도 안정성이 있다고 볼 지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이와 함께 토스가 60%가 넘는 지분을 가져가려면 금융주력자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비금융주력자라면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은 34%까지만 허용된다. 아직 여러가지 요건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의 등장은 당국의 금융 혁신 의지를 위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흥행에 활력이 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은행업의 국가 경제적 역할 등을 고려하면 주주구성이나 안정적인 자본조달력 비중을 낮춰 금융혁신이라는 목표만 보고 예비인가를 내주기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