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더 월은 공간을 디스플레이로 꽉 채우겠다는 계획을 담은 제품이다. / 손진영기자 son@
공간 활용 방법이 가전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다른 해답으로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더 커진 TV를 어떻게 둘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은 삼성전자의 큐레드(QLED)와 LG전자 등의 올레드(OLED)가 사실상 양분한 상황이다.
당초 QLED TV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올레드 TV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판매량도 대폭 늘었다. 번인(Burn-in) 문제가 적잖이 해소된 점도 한 몫했다.
앞으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V 폼팩터 경쟁이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포문은 LG전자가 쏘아올렸다. 지난 'CES 2019'에서 공개한 롤러블 TV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4000만~5000만원대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말이나 내년 쯤 '더 월'로 TV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아직 비싼 가격 때문에 상업용으로만 판매 중이지만, 조만간 가격대를 낮춰 가정에도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두 제품 차이는 분명하다. 우선 디스플레이 소자를 보면, 더 월은 마이크로 LED이고 롤러블 TV는 올레드다. 활용면에서는 완전히 정 반대다. 더 월은 이름처럼 벽을 디스플레이로 덮는 제품이다. 반면 롤러블 TV는 디스플레이를 필요에 따라 숨길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다른 전략은 양사가 계속 커지는 TV를 공간에 어떻게 배치할지에 대한 인식 차이로 구분됐다. 삼성전자는 모든 벽을 디스플레이로 채우겠다는 목표인 반면, LG전자는 경우에 따라 소비자에 공간을 돌려주겠다는 생각이다.
LG전자 롤러블 TV는 공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의도로 개발됐다. /LG전자
주력 디스플레이 기술 차이도 전략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번인과 수명 등 문제로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포기한 바 있다. 그 대신, 무기물을 이용한 QLED와 마이크로 LED를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왔다. LG전자는 올레드를 이어오면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번인 문제를 일부 극복해냈다.
승부는 한참 뒤에서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신형 TV가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 소비자 반응을 짐작키 어려워서다. 가격이 아직 지나치게 비싸서 보급되는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양사 모두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월이 승리한다고 하면 올레드 디스플레이도 벽에 장착하게 만들 수 있고, 삼성전자도 번인 문제를 해결한 'QD-OLED'를 여전히 개발중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완전히 다른 목표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면서 소비자들 선택폭도 넓어졌다"며 "어떤 TV가 미래 거실을 점령할지 알 수 없지만 더 월은 영화 마니아에, 롤러블 TV는 자녀가 있는 가정 등 다양하게 쓰일 제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