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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46) 쓰레기로 몸살 앓는 국보 1호 '숭례문'

지난달 25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 숭례문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0분 국보 1호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금방 꺼질 줄 알았던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익일 오전 0시 40분 누각 2층 지붕이 붕괴됐다. 소방차 100여대가 출동해 화재 진압에 나섰지만 불은 1층으로 옮겨붙었다. 숭례문은 화재 발생 5시간 만인 11일 오전 1시 55분 전소돼 무너져 내렸다.

숭례문은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태조 5년(1396)에 짓기 시작해 태조 7년(1398)에 완성됐다. 광해군 6년(1614) 실학자 이수광이 집필한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에는 숭례문의 현판은 양녕대군이 썼다고 기록돼 있다. 11년 전에 있었던 건물은 세종 30년(1448)에 고쳐 지은 것으로 1961~1963년 해체·수리됐다. 복원 당시 성종 10년(1479)에도 큰 공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의 토지 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노인의 방화로 잿더미가 된 숭례문은 5년 2개월에 걸친 복원공사를 마치고 2013년 5월 4일 준공돼 일반에 공개됐다.

◆소 잃고도 못 고친 외양간

지난 3월 25일 숭례문을 찾은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달 25일 시민 품으로 돌아온 숭례문을 찾았다. 숭례문은 한양도성의 남쪽에 자리해 있어 남대문이라고도 불린다. 선조들은 돌을 높이 쌓아 만든 석축 가운데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두었다. 그 위에 앞면 5칸, 옆면 2칸 크기의 누각형 2층짜리 건축물을 지었다. 지붕은 정면에서 보면 사다리꼴, 측면에서 보면 삼각형 모양인 우진각지붕으로 만들어졌다. 남대문 외에 창덕궁, 돈화문, 덕수궁 대한문 등이 우진각 형식을 띠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시민 윤모(31) 씨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와 관광할 겸 해서 와봤다"면서 "숭례문 안에 들어가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데 울타리로 막아놔 갈 수가 없다"며 아쉬워했다.

숭례문은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관람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동절기에는 30분 이른 5시 30분부터 출입이 통제된다.

조선시대에는 매일 밤 인정(오후 10시경)에 문을 닫았다가 다음 날 아침 파루(오전 4시경)에 문을 열었다. 문루에 종을 달아 시간을 알렸다. 숭례문은 장마나 가뭄이 심할 때 임금이 기청제와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로도 이용됐다.

숭례문 앞에서 만난 문재근(76) 씨는 "설날 연휴에 TV를 보는데 숭례문이 불에 타는 장면이 나왔다. 마음이 참 아팠다"면서 "지금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 그런데 복원이 잘 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제 숭례문 복원공사는 부실공사의 대명사로 평가받고 있다. 복원공사가 완료된 지 5달 만에 단청 부분에서 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단청 박락 외에도 목재 갈램(목재가 마르면서 갈라진 틈서리), 홍예 변형 등 곳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문화재청 조사 결과 단청 벗겨짐 현상은 2013년 10월 81개소에서 2017년 647개소로 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숭례문 복구공사를 맡았던 홍창원 단청장은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와 접착제를 쓴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 8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이 박탈됐다.

◆국보 1호 앞에 쓰레기 적환장이?

숭례문 옆 상가에는 쓰레기 적환장을 철거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현정 기자



한편 이날 숭례문 옆 상가에는 '국보1호 남대문앞 쓰레기 적환장을 철거하라!', '시장입구에 악취 나는 쓰레기 적환장을 철거하고 시민의 광장을 만들자!'라고 쓰인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시는 지난 2009년 18억원을 투입해 숭례문앞 도로에 위치한 쓰레기 적환장의 지하화를 추진, 이듬해 4월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쓰레기 적환장은 전통시장에 자동시스템을 도입한 국내 첫 사례다. 하루평균 일반쓰레기 11t, 음식물쓰레기 5t, 재활용품 2t 등 총 18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하도록 계획됐다. 일반 쓰레기는 지상에 설치된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은 후 지하에 설치된 컨테이너에 압축, 리프트 시설을 이용해 지상에서 차량이 운반하도록 했다.

지난 3월 25일 한 시민이 숭례문 앞 수입상가 근처를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18년 넘게 카메라 가게를 운영해왔다는 한 상인은 "남대문은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서울의 얼굴"이라며 "그 바로 앞에 쓰레기 적환장이 있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 쓰레기 처리 시설을 수십억원을 들여 설치했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가동되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테이프 끊자마자 고장 나 맨날 수리만 하고 있다. 정말 세금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시민 윤모(34) 씨는 "남대문이 서울역 바로 앞에 있어 사실상 서울의 관문처럼 느껴진다"면서 "그런데 옆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어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1) 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지나다니면서 보는데 관리사무소에 한 명만 있는 것 같았다"며 "숭례문을 지키는 관리자가 좀 더 많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숭례문 입구 옆 관리사무소에는 직원 1명이 상주해 있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2월 숭례문 화재 10년을 맞아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체계 구축 ▲초기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첨단기술 활용 ▲안전 우선의 방재정책 기반 강화를 위한 제도 등을 골자로 하는 문화재 안전방재대책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국보·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는 소방·방범 방재설비를 전면 설치해 24시간 상시감시체계를 구축했다"며 "다양한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철저한 대응과 대책을 꾸준히 마련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한편 문화재 방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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