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새롭게 조성된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가 새로운 방식의 도시재생 방법을 제시했다. 마을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마을을 허물어 박물관으로 만들어버렸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박제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서울시는 3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현장설명회를 열고 "과거 전면철거 후 새로 짓는 기존의 재개발 방식에 대한 반성으로 공원으로 바뀔 예정이었던 곳을 보전의 도시재생방식을 통해 옛 흔적을 간직한 문화마을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지난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전면 철거 후 근린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명도집행(강제 퇴거)이 진행되던 2016년 4월 13일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16년간 일식집을 운영해왔던 고모(68) 씨가 철거 현장에서 분신자살했다.
홍우석 서울시 문화정책과 돈의문 박물관 마을팀장은 "처음 뉴타운 사업에서 마을 주민이 재정착을 못 하고 쫓겨나는 문제가 있어 2015년 계획을 바꿨다"며 "그런데 이미 도시계획을 문화마을로 바꿨을 당시에는 이주가 다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서영관 서울시 문화정책과장은 "주거하던 분들은 조합으로부터 보상을 받고 나갔다. 강제로 내쫓은 건 아니"라며 "기존에 여기서 장사했던 분들이 재정착할 수 있게 전통찻집, 떡집, 북카페, 복고형 카페 등 편의시설 운영 입찰 시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시는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재개발 계획을 변경, 기존 가옥 63채 중 40채를 유지·보수해 지난해 4월 17일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문을 열었다. 박물관에는 사람 한 명의 목숨과 350억원의 세금이 투입됐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유령마을'이 됐다.
3일 오전 한 시민이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에 자리한 서대문여관 옆을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서울시는 유령마을로 불리던 돈의문 박물관을 '근현대 100년의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기억의 보관소'로 조성, 오는 4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시는 30여개 동의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두고 '살아있는 박물관 마을'이라는 정체성을 되살릴 수 있도록 1년 내내 전시, 공연, 마켓, 일일 체험교육이 열리는 참여형 공간으로 마을을 재조성했다.
3일 오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찾은 한 시민이 서대문사진관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옛 새문안 동네의 역사와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이 살아있는 마을전시관 16개동 ▲고즈넉한 한옥에서 근현대 문화예술을 배워보는 체험교육관 9개동 ▲마을 콘셉트에 맞는 입주작가의 전시와 워크숍이 열리는 마을창작소 9개동으로 구성됐다. 건물 내부는 물론 마당, 골목길, 담벼락 등 9770㎡에 이르는 마을 곳곳이 전시관이자 놀이터다.
홍 팀장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 운영 업무가 올해 1월 1일자로 도시공간개선단에서 문화본부로 이관됐다. 체험교육관, 마을창작소 등에 입주한 작가들은 시에서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며 "예전에는 작가 개인을 위한 창작공간이었다면 이제 시민에게 오픈된 공간이자 자신을 내보이는 공간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그래서 새단장이라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마을전시관은 작년 4월 개관한 돈의문전시관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독립운동가의 집'을 포함해 1960~80년대 가정집, 오락실, 만화방, 극장, 사진관, 이용원 등 근현대 역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독립운동가의 집에서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다. 생활사전시관에는 마당과 부뚜막이 있던 부엌, 거실과 자개장 등 옛 가정집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돈의문콤퓨타게임장에서는 스트리트파이터 등 옛 오락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새문안만화방에서는 만화책 1300여권을 만나볼 수 있다.
마을마당 북측에 도시형 한옥이 옹기종기 모인 체험교육관에서는 8가지 주제의 상설 체험교육이 진행된다. 한지공예, 서예, 1920년대 양장 메이크업을 비롯해 시대별 스타일링을 체험해보는 화장·복식 프로그램, 6080 통기타 교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을창작소는 박물관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다. 대표적으로 서대문여관에서는 생활 밀착형 레트로 콘텐츠 제작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무료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빠져드는 부모 세대와 오래된 스타일을 새롭게 즐기는 자녀 세대를 함께 아우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