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승차공유)을 두고 국내 택시 업계와 승차공유 플랫폼 간 갈등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승차공유 업계가 사용자와 일반 승용차를 연결해주는 방식이 아닌 사용자와 택시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택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입법화된 내용은 아니지만 지난달 7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선택적으로 카풀을 허용하면서 사실상 국내에선 카풀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플랫폼 택시를 차선책으로 택했다는 분석이다.
택시와 손을 잡으면 '불법'이란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타협기구는 자가용이 아닌 택시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이 나온 이후 지난달 20일 카카오가 타고솔루션즈와 함께 '웨이고블루'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우버가 2일부터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 카카오와 글로벌 기업 우버 간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택시 기사는 카카오T, 우버택시, 티맵택시 중 원하는 플랫폼을 통해 콜을 받아 승객을 태울 수 있다. 한 번에 3개 모두를 이용할 수도 있어 택시 기사의 선택권이 넓어진 셈이다. 다른 승차공유 스타트업도 택시와 연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 웨이고블루는 택시 호출 시 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 자동 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사의 승차거부를 막을 수 있다. 운행 차량의 산뜻한 외관과 차별화된 내부 환경도 장점이다. 흰색과 파란색이 조합된 차량 외관과 공기청정기, 탈취제 등이 구비된 실내 환경을 갖췄다. 택시 미터기 요금 외에 기본 이용료 3000원을 더 받는다.
우버가 2일 우버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
우버택시도 이와 비슷하다. 서울 전역에서 사용 가능하며, 우버 앱에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된다. 기사는 승객이 타면 목적지를 알 수 있다. 일반 택시와 동일하게 택시 미터기를 기반으로 요금이 산정되지만 승객에게 콜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승객의 목적지를 알리지 않는다는 점은 카카오 T와의 차이점이다. 카카오 T는 기사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우버는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과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지만 한국에선 택시와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다. 지난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불법으로 낙인찍혀 2015년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후 모범택시 격인 우버블랙, 배달대행 목적의 우버이츠, 시간제 차량 대절 우버트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우버택시를 통해 우버는 일반 택시에 우버 고유의 편의 및 안전 기능을 결합해 안전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는 우버택시 드라이버의 이름, 사진과 함께 차량에 대한 상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탑승자와 드라이버 모두를 위한 안전 기능으로 앱 내 '긴급 버튼'도 제공한다.
11인승 차량을 통한 승차공유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요금은 택시 대비 10~20%가량 비싸지만,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서비스를 앞세워 서비스를 시작한 타다는 6개월 동안 회원 30만명, 재탑승률 89%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차차크리에이션 또한 오는 9일 특허에 기반한 P2P 승합차 11인승 모델을 새롭게 발표할 예정이다. 타다와 비슷한 11인승 차량 서비스지만 가격은 일반 택시와 비슷한 요금으로 책정될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4일 오후 '타다 프리미엄 택시 거부집회'를 열며 11인승 차량공유 서비스에도 반발하는 모습이다.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이 나온 후 모빌리티 업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모색 중이지만 모빌리티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카풀 스타트업 관계자는 "결국 진정한 승차 공유가 아닌 택시 업계를 위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시장지배력이 큰 카카오모빌리티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 우버 간 싸움인데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그 경쟁에 끼지도 못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