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0년이 선고된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궁지에 몰리고 있다. 기대했던 증인이 잇따라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내놓으면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이 전 대통령 측은 회복하기 힘든 결정타를 맞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 주 속행공판을 열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였다. 이들은 1심 법정에 이어 2심 법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MB의 요구에 따라 미국에서 진행 중인BBK 재판의 비용을 댔다"라고 말했고, 이팔성 전 회장 역시 "원하는 고위직에 가기 위해 돈을 줬다"라고 증언했다. 특히 이 전 우리금융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전화해 '한국거래소 자리는 어떠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1심 공판과정에서 'MB에게 돈을 줬다'라고 증언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심 과정에서 이들의 증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면서도 '한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인데 법정에서 얼굴 붉히고 싶지 않다'며 반대신문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항소심에서 이들의 증언을 뒤집기 위해 강제구인을 요구하는 등 끈질기게 덤벼 들었지만 불리한 증언들만 쏟아지면서 결국 제 발등을 찍었은 셈이 되고 말았다. 법조계에서는 증언의 신빙성을 다투지 않았던 1심에 비해 유죄증거가 명백한데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치면서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주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을 증인으로 불러내 다시 한번 1심 유죄판결을 뒤집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김 전 총무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대 상대 2년 선배이지만 오랫동안 이 전 대통령의 집안일과 개인사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진행해 '집사'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하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12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 다스 전무도 김 전 비서관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김 전 사장과 권 전 전무는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의문에 답을 내려줄 수 있는 핵심인물로 꼽힌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총무비서관과 권 전 전무 등에 대한 증인신문 등 이번 주 예정된 공판이 항소심 재판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