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면서 20년간 회사를 이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조 회장의 사안은 폐질환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미국에서 지병이 있어 치료 중이었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 인천에서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1974년 미주지역본부 과장으로 한진그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2002년 부친이 타계한 후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러나 부친이 세운 한진그룹 전체를 맡지는 못했다. 조 회장이 그룹의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한진가(家) '왕자의 난'이라고도 불리는 과정에서 한진그룹은 차남 조남호의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의 한진해운, 4남 조정호의 메리츠금융으로 나뉘었다.
3남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에서는 최 회장이 승리했지만, 한진해운이 급격하게 기울자 2013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갖고 왔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7년 파산한다.
조 회장의 말년에는 가족들로 인한 문제로 연일 논란이 됐다. 조 회장은 아내 이명희를 슬하에는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을 자식으로 두고 있다. 최근 아내와 딸들의 갑질 논란이 벌어지며 논란에 함께 오르기도 했다. 2014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2018년에는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갑질'로 한진가가 질타를 받았다. 또 부인 이명희 여사는 욕설,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논란이 불거져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조 회장도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이 점이 인지돼 지난 3월 27일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은 주주의 반대로 대표이사(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대한항공 이사의 지위를 상실했다.
조 회장은 40년 넘는 세월을 항공업계에 몸담으며 1970~1980년대 오일쇼크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숱한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보탰다.
대한항공 창사 50주년인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 최대 행사인 IATA 총회를 서울에 개최하는데 성공했으나 행사 개최 2개월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운주 및 장례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최근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서 요양생활을 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약력
▲ 1949년 인천 출생
▲ 1964년 경복고등학교 입학, 1968년 美 Cushing Academy 고등학교 졸업, 1975년 인하대 공과대학 공업경영학과 학사, 1979년 美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8년 인하대 경영학 박사, 1998년 Embry Riddle 항공대학 항공경영학 명예박사, 2006년 우크라이나 국립항공대학 항공경영학 명예박사
▲ 1974년 대한항공 입사
▲ 1984년 정석기업 사장
▲ 1989년 한진정보통신 사장
▲ 1992년 대한항공 사장
▲ 1995년 아일랜드 명예총영사
▲ 1995년 한국항공대학(정석학원) 이사장
▲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 1996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 1996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 1996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
▲ 1997년 美 남가주대 재단이사
▲ 1999년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1999년 대한항공 회장
▲ 2000년 한/불 최고경영자 클럽 회장
▲ 2003년 한진그룹 회장
▲ 2004년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 2008년 한·사우디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 2008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 2009년 대한체육회 이사
▲ 2009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 2009년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
▲ 2010년 PEACE AND SPORT 대사
▲ 2010년 대한체육회 부회장
▲ 2014년 한불상호교류의해 조직위원장
▲ 2014년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
▲ 2014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전략정책위원회 위원
▲ 2014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