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몸담은 이래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 시간) 미국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간) 0시16분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운구 및 장례일정과 절차는 추후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사인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선 "조 회장이 폐가 굳어지는 질환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건강상의 문제로 LA 뉴포트비치 별장에 머물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숨진 곳은 LA 한 병원이며, 조 회장의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가족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지난 1949년 3월 8일 인천광역시에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조 회장은 서울에서 경복고등학교를 수학한데 이어 미국으로 유학해 미국 메사추세츠 주 쿠싱 아카데미(Cushing Academy)를 졸업했다. 이어 인하대 공과대학 학사,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학위 등을 취득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그는 반세기 동안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 또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등 국제 항공업계에서 명망을 높이며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조 회장은 '항공업계의 UN'이라고 불리우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발언권을 높여왔다. 또 조 회장은 한불최고경영자클럽 회장 역임, 몽골로부터 2005년 '북극성' 훈장을 받는 등 다양한 부문에서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동 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 외에도 평창올림픽 유치위원장,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국제 교류를 증진하고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편, 조 회장의 별세로 한진그룹의 '3세 경영'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은 부친이자 그룹 창립자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난 다음 해 2대 회장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3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경영진 중 유일한 오너 일가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이 외에도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사장(사내이사·지분 2.34%), 정석기업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은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을 중심으로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기존 사내이사 3명을 유지하면서 조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며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조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