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들이 씽큐 에어컨을 생산하는 모습. /LG전자
가전 업계가 여름철을 앞두고 엄격해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에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정부 납품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위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제품 에어컨은 모두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2등급 미만으로 받았다. 대부분은 4등급이다.
삼성전자 무풍에어컨과 LG전자 휘센, 캐리어와 대유위니아 둘레바람 등 신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출시 예정인 LG시그니처 에어컨만 2등급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에너지를 더 소비하게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기요금으로 보면 소폭 줄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다. 당시 에어컨과 냉난방기, 상업용 냉장고와 멀티히트펌프 등 4개 품목 등급 기준을 높이면서 1등급이던 제품이 4단계로 주저앉았다.
당장 유통업계가 진땀을 뺐다. 여름을 앞두고 에어컨 소비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소비효율을 문제삼는 경우가 늘어나면서다. 정부 기준이 상향됐음을 설명하면서 오해를 풀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구매를 포기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정부 기관 납품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에너지 효율 등급은 조달청 입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당장 일부 업체는 에어컨 입찰 상당수를 일단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등급을 높이려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지만, 더 비싼 원자재를 써야 하는 까닭이다.
이런 노력을 들인다고 해도 실제 전기 요금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만큼, 정부가 원전 폐지 등 에너지 정책 실현을 위해 소비자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