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8명의 독립운동가가 잠든 용산구 효창공원이 오는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되살아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효창공원은 김구 선생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애쓴 많은 독립운동가가 묻힌 곳"이라며 "이분들은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독립운동하느라 자신의 목숨과 재산, 삶 그 모든 것을 바쳤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효창공원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0일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왕실의 묘역인 '효창원'이었다. 일제는 효창원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만들어 훼손했다. 묘역은 해방 직전 서삼릉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규모가 3분의 1로 줄었고, 도로로 단절되면서 섬처럼 폐쇄적인 공간이 됐다.
해방 이후 김구 선생은 효창공원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다. 현재 공원에는 김구 선생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삼의사'와 임시정부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8명(안중근 의사 가묘 포함)의 묘역이 있다.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효창운동장이 조성됐고 이후 반공투사기념탑(1969년), 대한노인회관(1972년) 등 여러 시설이 난립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퇴색됐다.
서울시는 참배객 위주의 박제된 공간이었던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을 추모와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조성한다.
우선 시는 독립운동가 묘역을 '일상 속 성소'로 만든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셰즈 묘지공원과 같은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에는 주민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가변적으로 활용한다.
전면철거가 검토됐던 효창운동장은 공원과 하나 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난다. 시는 6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이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는 스탠드, 조명탑 등 일부 시설을 없애고 운동장과 공원 사이 주차장과 도로를 녹지화해 접근성을 높인다.
일제가 훼손한 옛 효창원의 공간적 범위도 회복한다. 공원 담장을 허물고 주변의 역사·문화 거점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손기정체육공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이봉창 의사 기념관, 경의선숲길, 숙명여자대학교 등과 연결해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동쪽으로 맞닿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지나 숙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문화공연·전시 특화길(650m)을 조성한다. 남쪽에는 용산에서 태어나 효창공원에 묻힌 독립운동가 이봉창 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2020년 4월 준공)을 짓는다. 북쪽으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손기정 체육공원은 2020년 6월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연다. 손기정 체육공원에는 마라톤 마니아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587m 길이의 러닝트랙이 새롭게 깔리고, 체육센터가 들어선다.
이번 효창공원 구상안은 확정된 것이 아닌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밑그림이다. 시는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관련 분야, 축구협회,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계획을 수립한다.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은 "백 년 전 우리 민족이 마음으로 하나돼 자유와 독립을 외쳤던 효창공원에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며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역사를 세계에 알려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독립운동 기념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