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해 정맥인증 출금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통장이나 신분증은 물론 현금카드나 비밀번호 없이도 예금 인출 등 은행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은행의 모든 창구나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정맥인증 활용이 가능해 지면서 바이오인증 서비스의 파급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KB국민은행의 '손으로 출금서비스' 시연행사에 참석해 "그간 비대면 거래 위주의 서비스 개선이 이뤄져 혜택을 누리지 못하던 고령층 고객의 편의도 증진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손으로 출금서비스'는 정맥인증으로 본인확인을 한 경우 통장, 인감이 없이도 예금을 찾을 수 있다. 기존 통장 기반의 거래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개념의 창구지급 프로세스를 도입한 것으로 특허신청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정맥인증을 활용한 예금인출은 불가능했다.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창구거래를 할 때는 통장 또는 인감이 없이 예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지점장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지만 매 건별로 승인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비스 도입은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으로 가능했다.
당국은 "바이오(정맥)인증 방식이 보안성 심의 등을 거쳐 신뢰성이 높은 본인확인 수단으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전에 (지점장의) 포괄승인을 받아 예금 지급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다만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사항에 관한 기록과 보관 등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전제로 했다.
국민은행은 암호화한 생체정보를 금융결제원과 분산보관해 정보유출 우려를 없애기로 했다. 암호화했기 때문에 바이오정보만으로는 개별 고객 식별을 할 수 없고, 분산관리로 금융회사가 고객의 바이오정보를 오남용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본인인증을 할 때 두 기관의 보관 정보를 결합해 일치 여부를 식별한 후 등록이 완료되면 그 이후에는 거래금액이나 횟수에 제한없이 돈을 찾을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고객 관점의 사고와 행동을 바탕으로 디지털 혁신을 이루기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50개 점포에서 서비스 시범 실시 후 하반기에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비밀번호 분실 우려가 높은 고령층 고객에게는 창구 거래 편의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디지털 금융 강화를 통해 어떤 순간 어느 장소에서나 고객이 원한다면 KB국민은행과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혁신을 통해 사람 냄새 나는 고객중심 경영을 실천하는 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금지급시 통장, 인감 확인 의무를 삭제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예금지급시 본인 확인을 위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를 규정할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기존 규제를 면밀히 점검해 개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적극적이고 속도감 있게 개선해 나가겠다"며 "법령 개정 및 실제 시행시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경우에는 유권해석이나 비조치의견서를 적극 활용해 규제측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