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활명수'의 120년 역사에 제동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활명수 전 제품에 포함된 '현호색'이라는 성분이 임산부에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채표 까스활명수'는 동화약품의 대표 브랜드인데다,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도 20%에 달해, 이번 사태로 회사가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취임 한달이 채 되지 않은 박기환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생명을 살리는 물'의 추락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현호색 함유 의약품의 임부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지시했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관련 의약품은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임부 주의 관련 문구를 넣도록 할 계획이다.
현호색이 포함된 의약품은 현재 총 18개며, 그 중 동화약품이 8개로 가장 많은 품목을 보유 중이다. 동화약품은 편의점 등 일반 유통채널에서 의약외품으로 판매되는 까스활을 제외하고,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활명수, 활명수골드액, 까스활명수큐액, 수출용 까스활명수큐와 활명수골드, 까스활명수에스액, 미인활명수액, 꼬마활명수액 전 제품에 안전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에 따르면, 현호색은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제거하는 약으로, 유산 위험이 있어 임산부에 안전하지 않은 의약품이다. 동화약품은 앞으로 활명수 전 제품에 대해 임부 안전성 관련 연구를 실시하고, 연구 결과가 나오는대로 추가 조치를 받게될 예정이다.
안전성 결과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화약품에 활명수가 가진 의미는 크다. 활명수 지난 1897년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뜻으로 개발된 국내 최초 양약으로, '부채표 까스활명수'는 지금까지 동화약품의 대표 소화제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왔다. 까스활명수를 비롯한 8개 화명수 제품은 지난 한해 581억59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동화약품이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활명수는 동화약품 매출의 19~23%를 차지해 왔기 때문에 활명수의 매출 감소는 회사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체질개선 숙제 풀 수 있을까
업계에선 여전히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동화약품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동화약품 전체 매출에서 활명수와 후시딘 등 일반 의약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전문의약품 비중은 20%대에 그친다. 동화약품의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지속 감소 추세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연구개발에 156억원을 썼다. 매출액의 5% 수준이다. 동화약품의 R&D 비중은 지난 2013년 7% 수준에서 지난 2017년 6%로 떨어진 후 지난해 5% 까지 추락했다. 국내 제약사가 전문의약품 비중을 높이고,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반면, 불안한 경영 체제로 체질개선에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가장 큰 문제다. 지난 3월 21일 박기환 전 베링거잉겔하임코리아 대표가 동화약품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유광렬 전 대표가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난 후 급하게 자리를 채웠던 이설 대표가 다시 취임 1개월만에 사임한 이후 이뤄진 인사다. 지난 10년간 동화약품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CEO는 총 6명이다. 지난 2012년 조창수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사임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박제화 사장, 2015년 이숭래 사장, 2016년 오희수 사장, 2018년 손지훈 사장 등이 임기 전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신임 대표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잦은 CEO교체가 오너와의 갈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지난 달 21일 동화약품 오너인 윤도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박 대표는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 체제로 전환한 동화약품에서, 체질개선과 활명수의 과제 까지 떠안은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CEO 교체가 지속돼 왔고, 오너 4세로 경영 승계도 진행 중이어서 내부가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경영 안정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대표 브랜드 까지 타격을 입었으니 신임 대표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