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라인./뉴시스
중국 반도체굴기가 소자 제조가 아닌 장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은 국내 장비업체에도 군침을 흘리는 상황이어서 반도체 생태계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제 반도체재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매출은 131억달러로 전년보다 59%나 성장했다. 성장률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대한민국이 177억달러로 1위를 지켜내긴 했지만, 성장률은 1% 떨어졌다. 대만도 12%나 떨어져 101억7000달러를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그나마 일본이 46% 성장했지만, 전체 매출액으로는 94억7000달러로 4위에 머물렀다.
중국 반도체 장비 매출이 급증한 것에 대해 업계에는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반도체 소자 중심의 제조업 대신 장비와 재료 산업에 주력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굴기를 상대적으로 간섭이 덜한 반도체 기반 산업 육성으로 실현하려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빠르게 손을 떼고 있다. 푸젠진화반도체는 미국의 장비 수출 거부로 올해 D램 양산 계획을 사실상 포기하게 됐다.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인 YMTC도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재료 시장에서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시장에서 점유율을 12.5%로 전년보다 1.7% 높였다. 중국과 반도체 산업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만은 21.8%로 1위, 한국은21.3%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생산설비 없이 설계·개발 전문으로 하는 회사) 부문에서는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68%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만(16%)과 중국(13%)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우리나라는 1%를 넘지 못했다.
인수 합병도 소자 제조보다는 장비나 부품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윙테크는 네덜란드 반도체 부품사인 넥스페리아를, 칭화유니그룹은 프랑스 스마트칩 업체 랑셍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반면 올해 시장에 나온 글로벌 파운드리(GF)에는 누구도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내 장비 업체도 중국 자본으로부터 러브콜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칫 첨단 기술이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한 반도체 시장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 제재로 반도체 소자 제조 대신 장비와 팹리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며 "반도체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업체들을 매입하려는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