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보여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설전'과 '몸싸움'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사법제도 개혁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을 몸으로 막았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반말과 고성으로 맞섰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패스트 트랙 법안을 접수하는 의안과에 경호권을 발동했다.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은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이다.
이날 국회는 아수라가 됐다. 한국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을 처리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처리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앞에서 패스트 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육탄저지에 나섰다.
특히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개특위 회의실인 국회 본청 445호실 앞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다. 심 의원은 회의실 앞을 막고 있는 한국당 의원 무리에서 나 원내대표의 목소리를 듣고 "뒤에 숨어있는 (한국당) 국회의원들 내놔라"라고 소리쳤고, 심 의원 옆에 있던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해찬 이름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해찬 당대표, 심상정 의원님 이렇게 국회 운영해도 되느냐"고 반문하며 "불법 사보임(교체)하는 것이 국회냐"고 비꼬았다. 심 의원은 나 원내대표 말에 "얼굴 보고 얘기하자"며 "저 뒤에 숨어있는 나경원 대표 나와봐라. 보좌진 앞에 세우고 뭐해. 대표가 뭐 이리 비겁하냐"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나경원 이리로 오라"며 "약속을 깬 것은 나경원이 깬 거 아니냐, 보좌진 앞에 세우지 말라"고 말하자 한국당 무리 사이에선 "보좌진 괜찮으니 고발하라. 한낱 교섭단체 자격도 없으면서 무슨 말이 많아"라고 비하가 쏟아졌다. 이들의 말싸움은 30분가량 이어졌다.
전자우편과 팩스로 입법 절차를 처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한국당의 철벽 방어에 여야 4당은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국회에 이메일로 제출하는 상황까지 왔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경우 당 지도부와 뜻이 다른 오신환 의원을 사개특위 패스트 트랙 표결에서 빼고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 위해 팩스로 사보임 신청서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