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금고은행 공개 입찰서 출혈 경쟁
선정 과정서 소송·로비까지 진흙탕 싸움
출연금 경쟁, 금리 경쟁 가능성도 우려돼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공개 입찰에서 은행이 협력사업비와 예금·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제안하면서 출혈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자체 금고 선정에서 은행이 신인도를 높이고 고객을 확보한다는 의미 때문에 공개 입찰은 '출연금 경쟁'으로 변질되고 소송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 금고 선정은 지자체와 금융기관이 수의계약을 맺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공개 입찰 방식으로 바뀌면서 여러 은행이 조건을 제시할 수 있게 됐고, 시중은행도 지역은행과 농협은행이 대부분 차지하던 지자체 금고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
지자체 금고지정 제도는 지자체가 자금 관리와 운용 등을 위해 계약 형태로 금융기관을 지정하는 것이다. 금고를 맡은 은행은 지자체 자금을 운용해 나오는 투자수익 일부를 협력사업비로 출연해야 한다. 은행에 금고를 맡긴 대가로 지자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의 지자체 금고 유치에 쏟아붓는 돈은 매년 1500억원 넘는다. 지난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기업·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12개 은행이 지자체 금고지정 입찰 과정에서 지출한 돈은 총 1500억6000만원이었다. 지자체 금고의 68%를 차지하는 농협은 최근 3년간 지자체에 낸 협력사업비만 연간 508억~55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한 지자체에는 한 번에 100억원을 출연했다.
은행권은 지자체 금고 은행 선정이 상징성도 있지만, 광역시의 경우 많게는 수백만 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렸다. 치열한 경쟁으로 법적 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광주 광산구에서 1금고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광산구 금고가 농협에서 국민은행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농협보다 3배 많은 64억4000만원을 지역사회기부금과 협력사업비로 제시했다. 하지만 건정 과정에서 심의위원 명단이 유출됐고, 농협은 광산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1월에는 신한은행 전 지점장 A씨가 인천시 금고로 선정되기 위한 로비자금을 조성하려고 억대 회삿돈을 빼돌려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금고 선정에서 과도한 경쟁을 막고자 100점 만점 평가 기준에서 협력사업비 배점을 기존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 또 금리 배점은 15점에서 18점으로 높이는 새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일각에선 출연금 경쟁이 금리 경쟁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력사업비 비중을 낮춘 건 지방은행 눈치를, 금리 점수를 올린 건 시중은행 눈치를 본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