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분기 -0.3% 성장에도 향후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1일(현지시간) 피지 난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2분기 지표는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제22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하기 위해 피지를 방문했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발표된 후 몇몇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며 "(일부 기관이 1.8%까지 낮춘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분기 성장률을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은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지만 차츰 완화되면서 성장률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지난 4월 전망한 바 있다"며 "2분기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어 현재로서는 기존 스탠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하 가능성에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요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회복되고, 물가 상승률도 1%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그런 전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등 시장 분위기가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는 데 대해서는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글로벌 달러강세, 1분기 지표 부진에 외국인 투자자 배당 역송금 같은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68.2원에 마감하며 2년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총재는 "CDS프리미엄 등 외환 건전성 지표는 상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내 펀더멘털에 대한 해외 우려는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경기 둔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내 경제가 움직이는 상황을 좀 더 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총재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주력 산업의 역동성이 떨어지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 노력이 미약한 점을 꼽았다.
이 총재는 경제 각 부문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구조 개혁을 뒷받침해 궁극적으로는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역점을 두고 재정을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