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인 경기도 이천시가 수도권의 자격 포기를 선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역차별이 심각해졌기 때문인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도 영향을 끼칠지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지자체 10여곳은 정부에 '수도권'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달 18일 동북부 시군 8곳을 제외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정식 건의한 가운데, 이천과 여주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도권 제외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 동북부 8개 시군을 비수도권으로 분류한 바 있다. 경기도가 정부에 수도권 제외를 요구한 것도 이 연장선이다.
이천과 여주는 자신들도 수도권 제외 요구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들고 일어섰다. 여주시 이항진 시장은 직접 나서 규제 철폐를 요구했으며, 이천에선 이천시민연대가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천시가 앞다퉈 수도권을 포기하려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탓에 오히려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천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지 못한 원인을 지역 규제 때문이라며 탈수도권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천은 새로 공단을 세우기 어려운 지역이다. 최근 경기도가 발간한 '2018년 경기도 규제지도'에 따르면 이천은 자연권보전권역과 팔당특별지역대책에 따른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분류됐다.
구체적으로는 6만㎡ 이상 공단을 지을 수 없다. 대학도 만들 수 없고, 택지조성사업에도 제한을 받는다. 수질유해물질 배출기준도 까다롭다. 사실상 인구 유입과 개발을 막겠다는 조치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용인으로 확정한 데에도 규제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07년 구리공정규제로 증설을 실패했던데 이어, M16 착공 허가를 받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들인 바 있다.
규제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에도 큰 걸림돌이었다는 지적이다. 최근까지도 주거지역이 마땅치 않았던 데다, 대규모 공장 입지에 따른 파급효과도 제한됐었다는 얘기다.
이천시 인구는 21만여명이다. 용인시보다 5분의 1, 청주시보다도 4분의1에 불과하다. 2010년 처음 20만을 넘은 이후 답보 상태다.
용인 역시 일부가 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규제 정도가 이천보다 낮고 규제 완화도 약속받았지만, 추후 공장을 증설하거나 협력업체 이동 등 부지를 늘려야하는 상황이 오면 또다른 충돌을 막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이천은 규제가 심한 지역으로 교통 등 경쟁력도 높지 않아 산업계에서 오래전부터 기피하던 지역"이라며 "규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천이 반도체를 특산품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