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도입의 핵심은 진입장벽 완화였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 금융산업의 혁신과 경쟁을 유도한다는 '큰 그림'이었다.
그래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반대로 나타났다. 법 통과를 위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하면서 새로운 ICT 기업은 커녕 기존 인터넷은행의 ICT 대주주 조차 발을 빼야할 위기에 처했다.
시범케이스로 나선 1, 2호가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것을 보면서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경쟁에서 ICT 기업들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사실상 기존 금융사들만 통과할 수 있는 대주주 요건 탓에 금융혁신은 더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27일 전에 신규 인터넷은행에 대한 예비인가 결과가 나온다. 최대 2곳이다.
기존 인터넷은행 가운데서는 당초 이달 12일까지 대주주 변경 심사가 끝날 예정이었던 케이뱅크의 심사 자체가 중단됐다. 카카오뱅크는 신청일 기준으로는 다음달 3일까지 대주주 변경 여부가 결정돼야 하지만 역시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도입을 투 트랙으로 진행했다. 기존 법개정 없이 1~2개를 시범적으로 인가해 성공모델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이후 추가 인가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시범 케이스로 나선 대가는 혹독했다.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는 법개정이 없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KT가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특례법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등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에 영업을 시작했고, KT의 법 위반은 그 이전이다. KT를 대주주로 세운 케이뱅크에 인터넷인가를 내줄 당시 공정거래법상 담합은 대주주 결격 사유도 아니었다. 케이뱅크로서는 여러모로 억울한 상황이지만 현행법이 그러니 다른 방법이 없다. 이미 기존 주주들의 증자 여력은 바닥이 났고, 지분율이 얼마나 됐든 새로운 주주를 당장 찾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KT의 철수설과 관련해 "은행 증자 등 주요 경영사항은 은행 경영진이 주주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케이뱅크 또는 그 주주에 대해 향후 증자 등과 관련해 특정한 의견을 전달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압박하진 않았지만 KT 대신 다른 대주주가 들어와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의장이 벌금형을 구형받으면서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심사할 때 개인 최대주주인 기업총수(동일인)까지를 심사하고 있지만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다. 따라서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변경 심사 과정에서 최대주주를 카카오와 함께 김 의장까지 포함할 지 여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제3 인터넷은행 후보군 가운데서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토스가 금융주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스는 통계청 분류상 전자금융업자다. 금융밀접업종이지만 금융업종에 비해서는 현저히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는 만큼 금융주력자로 인정을 받든 못받든 논란은 남을 수밖에 없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따르면 주주 구성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대주주로 60.8%를 차지하며, 한화투자증권 9.9%, 알토스벤처스 9%, 굿워터캐피탈 9% 등이다. 토스가 특례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인 34%를 넘어 계획대로 60% 이상을 가져가려면 금융주력자로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