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가 모회사와 자회사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세포주가 뒤바뀐 사실을 2년 전 알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지만,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점화됐다. 진실이 무엇이건 코오롱 그룹은 물론 국내 바이오 산업의 신뢰도 추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코오롱티슈진은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중단 조치한 임상재개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은 임상3상 단계에 있는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TC)가 허가를 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표(293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3월 FDA에 이 같은 사실을 통지했다. 이와 관련, FDA는 지난 3일 인보사의 임상3상 중지 결정을 내렸다.
회사측은 "FDA 서신의 주요 내용은 임상 재개를 위해서 세포의 특성(Characterization)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었다"며 "다만, 종양과 관련된 임상 데이터, 회사가 종양원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임상 중단(Clinical Hold)의 사유로 특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세포 변경을 인지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인보사가 시판 허가를 받기 4개월 전인 지난 2017년 3월 이미 293유래세포를 확인한 상태였다고 밝혔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전혀 보고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며 파문이 일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에 보고가 안되었는지, 왜 보고가 되지 않았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이번 달에 예정되어 있는 식약처 실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모든 것을 자회사에 미룬 채 입을 닫은 상태다. 이 날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코오롱은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할 만큼 작은 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우리는 알지 못했다는 공식 입장은 변함없으며, 나머지는 코오롱티슈진이 설명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오 신뢰도 '빨간불'
어느 쪽이 진실이건 코오롱의 신뢰도 추락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알고도 은폐했다면 도덕성에 흠집이 나고,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면 시스템 문제로 불거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2013년 6월 코오롱티슈진 대표로 취임해 6년째 공동 대표를 맞고 있다.
한 창업주는 "경영진이 세포 변경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것보다 아예 몰랐다는게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안전성과 신뢰도가 최우선인 유전자치료제 개발사가 내부 시스템에 큰 오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 밖에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든 사실이 해외에서 밝혀졌다는 점에서 인보사 사태가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무너트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코오롱티슈진이 2년 전 인보사 세포 변경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것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가 인보사 라이센스 계약을 파기하며 계약금 반환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주장한대로 지난 3월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것도, 미국 임상3상 과정에서 FDA의 지적을 받은 뒤의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은 매출 4조원이 넘는 글로벌 그룹인데, 미국 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이런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충격"이라며 "집단소송이 불거지고 기업의 존폐 문제로 이어진다면 신뢰가 생명인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