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0%대에 머물러 있는 물가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며 저물가의 악순환을 겪지 않도록 물가안정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접적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조 위원은 금통위원 6명 중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는 한은이 2017년 11월, 2018년 12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할 때도 동결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조 위원은 8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기조적 물가의 안정은 실물경기의 안정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축소순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정책방향"이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2000년 이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5%포인트 하락했는데 하락 폭의 절반가량은 인플레이션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2012년 이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타기팅' 정책이 요구하는 통화정책에 비해 긴축적인 기조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한다면 장기금리가 연 0%대에서 멀지 않은 수준까지 하락해 전통적인 금리정책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 우리에게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없이 장담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복잡다기한 금융시장 전체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완전히 제거된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정해질 경우 금융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보수적·비대칭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목표수준으로 복귀시키기 어렵게 함으로써 저금리 환경을 더욱 심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우리경제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충격이 가해질 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을 증대시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의 이같은 주장은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이주열 총재의 발언과는 대치되는 것이다.
또 조 위원은 금융안정은 금융당국에 맡기고 한은은 일차적 책무인 물가안정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보다 더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존재한다"며 "반면 중장기적인 물가안정은 통화당국 이외에 감당할 수 있는 정책당국이 없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이제는 우리도 장기간에 걸쳐 목표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며 "낮은 물가에 대해서는 통화당국 외에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