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 만들기 자원봉사를 해주셨던 신도님들은 말없이 정성어린 손길이 갈수록 속도가 붙으며 마치 묵언 집중수행을 보는 듯했다.
불가의 최대 명절이라 할 부처님 오신 날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준비하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없는 보시공덕이 됨을 느낀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으로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찌도 이리 복덕이 수승하신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천 육백년이 지난 세월 속에서도 물론 불교권 국가 내에서긴 하지만 수백만 수억의 불자들이 존경과 발원을 담아 등을 만들고 등불을 밝히니 말이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불교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니 반드시 전통 불교국가만의 행사는 아니지만 말이다.
태어나셨던 그 당시에도 인간적으로도 왕자라는 귀한 신분으로 태어나셨고 만인이 부러워하는 세속의 복락과 권위를 버리고 출가를 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로부터는 신과 인간의 스승이라는 칭호 또한 얻으셨으니 이렇게 귀한 분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세습적인 신분계급이 불문율이었던 부처님 그 시대에 스스로 화려한 궁궐을 떠날 수 있었던 것도 대단한 일이었었다. 빌어먹는 사람이라는 뜻인 즉 거지라는 뜻으로 통용되던 '비쿠'(비구의 팔리어 발음)가 되어 설산고행을 그것도 일, 이개월이 아닌 꼬박 6년이나 하였다는 것 자체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무모함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가진 게 없고 기대할 게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러한 구도자가 진리를 깨달아 영원히 존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내 주신 것이니 이러한 복덕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신도분들 몇 분이 올해도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 한 잎 한 잎 말없이 꽃잎을 붙여나가는 그 모습이 영락없는 보살의 모습이다. 온 마음을 다한 가난한 여인 난다의 작고 볼품없는 연등보시로부터 석탄일 연등의 전통은 시작되었다.
빈녀 난다의 연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듯 그 마음을 닮은 신도 분들의 노력봉사 역시 오랜 세월 복덕의 원인이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