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이르면 올해 가을 독자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한다.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라 공급망 와해 위기에 처한 화웨이가 구글의 OS 안드로이드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오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이르면 올해 가을, 아무리 늦어도 내년 봄, 우리는 자신의 OS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쓰기를 원하지만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과의 단절이 화웨이를 수호지 속에 나오는 호걸들의 근거지인 '양산'으로 밀려나게 했지만 새옹지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 CEO는 화웨이의 새 독자 OS가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PC, 텔레비전, 자동차 등에 함께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그간 상하이교통대와 공동으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독자 OS인 훙멍을 개발해왔다. 훙멍은 중국의 신화 속에서 세상이 탄생하기 전 혼돈 상태 속의 신비로운 힘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안드로이드 대신 독자 OS를 사용한다고 해도 중국을 제외한 유럽, 동남아, 남미 등 화웨이의 주요 해외 시장에서 받는 타격을 쉽게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향후 새 OS가 설치된 화웨이의 새 IT 제품을 쓰는 중국 밖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앱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없는 데다가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 지메일, 구글 지도, 구글 검색 앱 등도 설치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독자 OS를 기반으로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구글과 애플 양대 진영을 주축으로 형성된 IT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끝내 구글과의 협력 관계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화웨이 제품이 글로벌 IT 생태계에서 분리된 '갈라파고스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정부의 방침을 준수해 화웨이와 거래를 끊기로 했던 구글은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완화해 90일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임시면허를 발급하기로 한 데 따라 일단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보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