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남대문 본사 사옥. /롯데카드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이 결국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과 JKL파트너스에 각각 매각됐다. 매각 과정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뀌거나 협상에 난항을 겪는 등 진통이 이어졌지만 매각이 확정되면서 첫 단추를 끼웠다. 다음 단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인수 기업이 사모펀드여서 금융당국이 깐깐하게 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는 자회사인 롯데카드 주식 5966만4814주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게 약 1조3810억원에 처분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는 롯데카드 지분 중 79.83%를 매각한 것이다. 이후 롯데그룹의 지분은 13.95%가 됐다.
앞서 롯데지주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한앤컴퍼니에서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한 지 사흘 만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최종 매각 금액은 롯데카드 순자산 증감액을 반영해 관계기관 승인 완료 이후 정해지는 거래종결일 기준으로 확정될 예정"이라며 "롯데그룹의 잔여 지분은 향후 처리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롯데지주는 보유 중인 롯데손보 지분 58.49% 가운데 53.49%를 JKL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3734억원이다.
남은 5%의 지분은 매각 이후에도 협력관계 지속을 위해 호텔롯데가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롯데 측은 롯데손보 지분 58.5%를 전량 매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JKL파트너스는 퇴직연금 등 계열사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남기라고 요청하면서 배타적 협상 기간을 넘기는 등 협상에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양사 매각 본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관계기관의 승인 절차를 진행해 회사가 조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며 "롯데지주는 매각 이후에도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경쟁력 강화와 임직원 고용안정,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해 인수사들과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단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승인을 받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매각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10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하고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작년 말부터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에 대한 매각을 진행해 왔다.
다만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모두 인수 기업이 사모펀드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는 구조조정, 경영합리화 등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재매각을 통해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먹튀(먹고 튀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더욱 깐깐하게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롯데지주는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차질이 예상되자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로 교체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고용 유지를 약속하고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 뒤 1년도 안 돼 임원 절반을 해고하고 전체 인원의 2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이후 회사를 상장시키고 2018년 신한금융에 팔아 5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다 나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재무건전성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