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흔들어 놓을 새로운 '메기(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현은 좌절됐다. 키움뱅크 컨소시엄(키움뱅크)은 혁신성에서, 토스뱅크 컨소시엄(토스뱅크)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지만 금융당국마저 예비인가 불허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표현했던 대로 낙제점을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을 두고 안정성에서는 '은행'에, 혁신성에서는 '인터넷'에 각각 초점이 맞춰졌다.
이미 인가를 받았다고는 하나 기존 '메기'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요건을 금융권에서 가장 엄격하게 정해놓은 탓에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커녕 기존 대주주조차 발을 빼야할 위기다.
금융혁신을 주도하겠다던 인터넷은행에 무결점 대주주와 지방은행 못지 않은 탄탄한 자본력, 핀테크 기업을 능가하는 혁신까지 요구하면서 진정한 '메기'의 탄생은 요원해졌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오는 3분기 중 제3인터넷은행에 대한 예비인가가 다시 추진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일 "인터넷은행법의 입법 취지와 혁신 성장 기조가 퇴색되지 않도록 조속히 신규인가를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가급적 3분기 중 신청을 받아 4분기 중 인가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최소 한 곳 이상은 예비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 위원장이 예비인가 결과 발표에 앞서 토스뱅크에 대한 금융주력자 여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주며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인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재추진된다지만 흥행이 될 진 미지수다.
최 위원장은 "두 곳(토스·키움뱅크)이 여전히 의지가 있다면 다음번에 문제점을 보완해서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신청자가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준비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신청자는 물론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재도전 할 지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보완의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당국이 '심사위원을 설득하기에 상당히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던 만큼 몇 달 만에 환골탈태할 사업모델이나 자금조달처를 만들어내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토스뱅크 측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새로운 은행 설립의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지만 흔들림 없이 금융혁신의 꿈을 계속 이뤄가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따라서 향후 관건은 엄격한 인터넷은행 자격 요건이 완화될 지 여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 심사 통과는 물론 ICT 기업들의 진입도 쉽게 해줄 수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 24일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주주 적격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 등은 "현행법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의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ICT 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열어준다는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회사와 달리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해 혁신적 금융서비스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