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가상화폐·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이 1년여 만에 다시 1000만원을 돌파하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거래량도 급증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은 자산으로 치면 초고위험군에 속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안전자산인 금이나 채권으로만 돈이 몰리고 있는데 더 위험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만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29일 가상통화거래소 빗썸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7일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 만에 100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월 2000만원선 중반을 고점으로 가파르게 하락하며 400만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하락폭으로 치면 비트코인 역사상 최대치다.
반등세가 가팔라진 것은 지난달 들어서다. 가격폭락으로 '비트코인 블루(가격 급등락에 따른 우울감)'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이 언제냐는 듯 연일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우더니 1000만원 선을 회복했다.
가파른 상승세는 지난 2017년과 같지만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은 사뭇 다르다.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컸고, 시중 유동성 역시 신흥시장은 물론 비트코인 등 고위험자산까지 흘러 들어갔다. 미국 달러는 오히려 신흥통화 대비 하락했다.
반면 올해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미국 달러는 강세를 보이며 신흥시장에서는 자금이 유출됐다. 비트코인 자체적으로는 가상통화 거래 플랫폼 구축 등 제도권으로의 진입 기대감이 있다지만 특별한 재료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에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송승연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자체적인 이슈들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부분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는 달러 강세와 그에 따른 경쟁 위험자산인 신흥자산의 약세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에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들썩였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결국 무역갈등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이번 비트코인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며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역갈등의 빠른 해결이, 반대로 가상통화 투자자 입장에서는 무역갈등이 지속되는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비트코인의 상승세도 오래 지속되긴 힘들다는 전망이다.
송 연구원은 "강달러 기조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해당 이슈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 비트코인의 방향성 역시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당분간 비트코인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지만 투자 대상보다는 일종의 시장심리·유동성 지표로서 모니터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격이 들썩이면서 당국은 재빠르게 단속에 나섰다.
정부는 전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최근 가상통화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은 회의를 통해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여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통화 투자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책임하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시세상승에 편승한 사기, 다단계 등 불법행위는 검·경 및 금융당국 등을 통해 엄정히 단속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