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3월 법인카드 승인실적. /여신금융협회
올해 들어 국내 기업의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크게 줄고 있다. 경기침체에 금융당국의 마케팅 규제로 기업들이 법인카드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이 같은 감소세는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신용카드사가 법인 회원에 결제 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기업들도 법인카드를 사용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33조1000억원으로 전년(37조원) 대비 10.5% 감소했다.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올해 들어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12.6% 증가했다. 11월과 12월에도 각각 0.2%, 3.0% 늘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1월 -4.4%, 2월 -17.4%, 3월 -10.2%로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지난 2017년 20만원을 육박하던 법인카드 평균 승인금액도 올해 들어 11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분기별로 보면 법인카드 평균승인금액은 지난해 1분기 13만3777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1만1326원으로 16.8%나 감소했다. 지난 3월(10만4696원)에는 10만원대까지 줄었다.
평균 승인금액 감소율도 두 자릿수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9.3%, 11월 -7.4%, 12월 -4.0%였으나 1월 들어 -13.6%로 늘어나더니 2월에는 -21.4%, 3월에는 -15.7%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금액이 줄어든 것은 카드사들이 법인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영업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 특히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일부 카드사에서 계열사 간 사용하는 법인카드(구매전용 카드)의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법인카드 사용금액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7년 카드업계에 법인세 납부 관련 마케팅 자제령을 내린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 이후 지난달 후속조치까지 실시되면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국내외 불안에 따른 경기둔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 감소까지 겹치면서 법인카드 사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인회원 유치를 위해 이면 계약을 체결하고 카드 매출액의 1% 안팎을 캐시백으로 지급하거나 법인세 카드 납부 대행수수료(0.8%)를 면제하는 등 법인회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과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카드로 법인세를 납부할때 1%대의 카드수수료를 낸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기업에 카드수수료 부분을 포인트 등으로 되돌려주는 식의 영업을 해왔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기업에 대한 법인카드 혜택이 줄어들 경우 기업들도 법인카드를 쓸 유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개편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 서서히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