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환율 전망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결과 조사보고서
원·달러 환율 10%↑할 때, 영업이익률 0.5%p↑, 수출 1%p↑ 그쳐
기업들, 환율 변동 수출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 41.4%, '부정적' 56.5%
환율 10% 인상 시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자료=한국경제연구원
환율 상승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거나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율 상승이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환율차익을 만들어 수출 기업에 이득이라는 통념과 반대다. 오히려 원자재 재료비용 부담만 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국내 비금융업 1000대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환율 전망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 올라도 영업이익률은 0.5%포인트, 수출 증가율은 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환율 상승에도 기업의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환율 10% 상승에 응답자의 32.9%가 영업이익률 '영향 없음'이라고 답했다. '0~2%포인트 개선'(17.8%), '2~4%포인트'(13.8%), '-2~0%포인트'(7.9%)가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 영업이익률이 '개선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42.8%, '감소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4.3%로, 환율 10%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개선은 0.5%포인트에 그쳤다.
환율 10% 인상 시 수출에 미치는 영향/자료=한국경제연구원
환율 상승의 수출 개선 효과도 기대 이하였다. 환율 10% 상승 시 수출이 '늘어난다'고 응답한 기업은 47.7%, '영향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37.9%로, 수출 개선 폭은 1.0%포인트로 미미했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률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이유로 "최근 한국의 산업구조는 기업들이 다변화된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복잡한 생태계"라며 "환율 상승이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이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비용만 높여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최근 환율 변동으로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물어보는 문항에 '원자재 재료비용 부담 증가'라는 응답이 40.1%로 가장 높았다. 이어진 응답은 '외화환산이익 증가'(30.9%),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대'(12.5%), '수출 가격경쟁력 확대'(10.5%) 순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이 수출 가격경쟁력 확대 등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1.4%인 반면,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대 등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6.5%로 약 15%포인트 더 많았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이 기업과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기대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한 게 통상적인 사실이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원화 가치 절하는 우리 경제 사정이 안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국제 경쟁력이 사실상 나빠졌고, 금융 시장이 흔들리고 있단 의미여서, 기업들이 환율 변화에 따른 수출상의 이익보다 현재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환율 변화에 따른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응답 기업의 62.5%는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조치가 시급하다고 답했으며, 수출 관련 금융·보증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도 15.8%였다.
특히 종업원 300인 이하 기업은 '비용절감 등 원가절감'(24.6%), '환헤지상품 투자 확대'(21.7%) 보다 '대응책 없음'이 31.9%로 가장 많아, 규모가 작은 기업의 환율 대비책이 부족했다. 환율 변동에 대응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전체 4분의 1(24.4%)에 달하는 것으로 보아, 환헤지상품 투자 및 수출단가 조정 등 대비책을 마련한 기업 외에 대비책이 부족한 기업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연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한 반면, 기업의 체질변화와 경쟁력 강화는 더뎌,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반등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있는 만큼,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동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들이 2019년 사업계획 수립 시 설정한 원·달러 환율은 1096.7원이었으나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직전까지 급등했다. 연초 대비 원화 가치가 6.9% 하락했다. 5월 현재, 연평균 환율은 달러당 1147.2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어, 연초 설정한 환율 대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