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연내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 총재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연내 금리인하를 위한 '시그널'이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1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연 1.75%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만장일치 동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지금까지 열린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해 왔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되겠으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5월 수출증가율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최근 높아진 미·중 무역분쟁 우려는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재료"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주열 총재는 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투자가 부진하면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졌으나 부동산 시장 쏠림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총재는 지난 1일 피지 난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요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앞으로 성장세가 회복되고 물가 상승률도 1%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최근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경기 둔화세가 계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일부 금통위원 중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조동철 금통위원은 이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간접적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물가상승률도 0.8%에 그쳤다. 한은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목표치가 1.1%인 점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 감소하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금융연구원 등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내려 잡았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장기전으로 가는 모습이고 OECD, KDI 등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며 "금통위 안에서 의견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에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소수의견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될 것"이라며 "5월 금통위는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하고, 7월 소수의견이 나온 후 11월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