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그러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지난해 11월 금리를 인상한 이후 6개월 연속 이어진 '만장일치' 동결 기조는 멈췄다.
한은 금통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연 1.7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된 이후 4차례 열린 금통위에서 계속 동결됐다.
이번 금리 동결은 예상된 결과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6~21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200명(104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97%가 금리동결을 예측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대내외 경기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안정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금통위에서 조동철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인하 소수의견은 멀지 않은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라며 "소수의견을 금통위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금리인하 소수의견까지 등장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론에는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로 역성장하는 등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추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기준금리를 현 상황에서 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다소 낙관했던 미·중 무역분쟁이 악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에 따른 우려가 그런 기대를 형성한 것으로 안다"며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는데 현 상황을 종합해 보면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저물가 심화 현상에 대해서도 "공급 요인 측면에서 정부의 복지정책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1분기 성장은 부진했으나 수출과 투자 부진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