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전망기관, 韓 GDP 성장률 줄줄이 하향 조정
2% 초중반 고착화 불가피, 돌파구 없으면 1%대 추락도
투자→성장→고용→소비→재투자등 선순환 고리 '절실'
규제 풀고, 민간 통해 좋은 일자리 만들고, 정책은 일관성
"우리 경제는 올해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될 것이다. 내년에는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다. 세계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놓은 '2019 상반기 KDI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밝힌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이다.
그러면서 KDI는 구체적으로 올해 한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4%, 회복하는 내년에는 2.5%로 각각 예상했다. 올해에 대한 기존 전망치 2.6%에서 0.2%p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내리기 전의 2.6%나 하향 조정후의 2.4%나 매한가지다. 민간소비, 설비·건설투자, 수출, 내수, 물가 등 성장률을 구성하는 각종 요소가 한 나라의 안정적 성장세의 기준치라고 할 수 있는 3%를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그동안 성장률의 마지노선을 '3%'에 두고 관리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비단KDI 뿐만 아니다.
30일 관련기관들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4%로 낮춘 바 있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2.6→2.5%), 금융연구원(2.6→2.4%), LG경제연구원(2.5→2.3%) 등도 성장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주요 경제전망기관 중 가장 낮은 2.2%의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기존 수준(2.6%)을 유지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6월 말 내놓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국 경제가 3%의 성장률을 훌쩍 넘어 재도약할 가능성보다는 2%대 중반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칫 1%대 추락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자신의 저서 '수축사회'에서 "향후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노동 투입이 위축되고, 공급 과잉에 따라 기업의 자본 투입도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노동·자본 투입의 한계속에서 총요소생산성을 높여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향후 한국의 성장이 내수산업, 특히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을 고려하면 이 분야에서 총요소생산성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 갈등, 노사 문제, 정부의 간섭과 규제 등 보이지 않는 요소가 총요소생산성에 매우 중요한 만큼, 이를 성숙시킬 수 있는 사회적자본을 최대한 확충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에까지 (긍정적)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DI는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2010년대와 유사한 수준에 머문다면 2020년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대 후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생산성 증가세가 확대된다면 2%대 초중반의 경제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우리나라가 끊임없는 혁신을 해도 성장률이 2%대를 넘어서 3%대까지 올라서기엔 만만치 않은 여정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 시점에서 저성장의 악순환을 끊고 투자→성장→고용확대→소득증대→내수활성화→재투자 등 선순환을 위한 확실한 탈출구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에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5%)를 유지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성장률 제고를 위해 단기적으론 투자활력 제고, 중장기적으론 경제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부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민간소비의 기반이 되는 신규 일자리 및 실질소득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신소재와 같은 4차 산업, 에너지신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산업을 육성해 혁신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기업 투자 심리 개선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산업 경쟁 격화, 환율시장 불안 등 대외적 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대내적인 체질 강화를 위해선 결국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소비를 늘리고, 규제를 확 뜯어고쳐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자신의 SNS에서 "체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설탕물만 주면 당뇨병으로 악화된다"면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가짜이고, 세금을 만드는 일자리가 진짜다. 정부는 (직접)일자리 만드는 것을 중지하고, 민간의 기업가정신이 발현되게 규제개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KDI도 "경제주체들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력들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강화로 연결되기 위해선 필수적인 경제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가정신에 입각한 투자와 가계의 건전한 소비를 촉진하려면 공정한 시장 경쟁 및 법질서를 확립해 미래의 경제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기업과 가계의 신뢰를 높여 결국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