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범운영을 1년 더 연장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예상과 달리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추가 연장하게 된 것. 금융위는 감독대상과 자본적정성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법안이 마련되지 않더라도 모범규준을 개정해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금융그룹 CEO·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모범규준 1년 시범적용 성과와 향후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1년간 금융그룹은 모범규준에 따라 리스크 관리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내규를 마련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기본 골격을 구축해 왔다"며 "법안이 아직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않아 모범규준 시범운영 시기를 1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금융회사를 둔 금융그룹의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그룹내 금융계열사를 한 묶음으로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금융그룹에 소속된 금융회사가 고객 재산을 계열사에 지원하거나, 계열사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에게 손실을 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연장 기간 동안 모범규준을 토대로 ▲감독대상 지정 ▲자본적정성 기준 ▲위험관리실태 평가 등 향후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위한 운영방안을 구체화 한다.
현재 감독대상은 은행·비은행·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에 금융 계열사를 둔 금융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현대차·DB·롯데 등 7곳이 감독 대상이다.
금융위는 지정요건을 보다 구체화해 해당 금융 그룹 중 비주력 업종의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7개 그룹을 시범운영 대상으로 지정한다. 예컨대 교보생명의 주력업종은 생명보험이고, 비주력 업종은 증권이다. 교보증권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이면 시범운영 대상에 선정되는 셈이다. 다만 금융위는 모범규준 시범운영기간이 연장된 점을 감안해 올해는 현행기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고상범 금융위 지배구조팀장은 "향후 법제정시 국제적 기준을 감안해 비주력 업종 규모뿐 아니라 비주력 업종의 비중까지 고려해 금융그룹 감독대상을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자본적정성 기준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자본비율은 실제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적격자본'이 위기 시 필요한 최소자본(필요자본)보다 많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룹 내 교차 출자가 많거나 특정 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출자 고리가 두터울 경우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자본비율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직접출자가 아닌 교차·우회출자의 경우에도 자본에서 제외한다. 다단계 방식으로 A모회사가 B자회사로 100을 주고, B자회사가 C손자회사에 50을 주는 등의 자본도 추려내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이들 모두 모범규준이 정한 합격선(100%)은 넘었지만 자본비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의 자본비율은 282.3%에서 194%로 떨어졌다. 삼성, 한화, 교보, 현대차, DB, 롯데 등 나머지 금융그룹도 1.5~28.6%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일각에서 입법이 늦어지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의 동력이 상실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 고 지배구조 팀장은 "정무위 공청회 개최 등 국회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하반기중 2~3개 금융그룹을 평가해 컨설팅과 개선권고를 통해 금융그룹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