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신형 서버용 CPU에 딥러닝 부스트 기능을 새로 도입했다. /인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업계가 '센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전통의 강자 CPU가 변혁을 시도하는 가운데, GPU에 이어 NPU까지 맹주를 노리면서 삼국지가 열렸다.
CPU(중앙연산처리장치)는 오랜 기간 컴퓨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독차지해왔다.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도 CPU를 담은 통합칩(SoC)다.
인텔은 CPU 시장 독보적인 강자다. 오랜 기간 안정성과 기술력을 검증받으며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주변기기 업계가 신형 CPU 출시 일정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세울 정도다.
AI 시대는 인텔도 변하게 했다. CPU가 딥러닝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대신할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빨라지면서다.
인텔은 최근 열린 2019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에서 딥러닝 부스트를 탑재한 제온 플래티넘 9200프로세서를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새로운 제온은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중점을 둔 제품이다. 이전 세대보다 AI성능을 최대 30배나 늘렸다는 설명이다.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도 인텔 AI에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병목현상을 최소화해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 P램 기술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텔 입지는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CPU가 여러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딥러닝을 위해서는 보조 프로세서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테슬라에 공급한 자율주행 기술. 볼타라는 딥러닝 연산 기능도 추가했다./엔비디아
엔비디아가 그 중심에 서있다. 엔비디아는 3차원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그래픽 연산처리장치)를 만들던 회사지만, GPU의 빠른 병렬 연산 능력에 착안해 일찌감치 AI 개발에 주력해왔다.
GPU는 개발 난이도가 CPU보다 확연히 높은 탓에 실제 도입되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엔비디아가 오랜 시간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면서 단점을 상쇄한 상태다. 최근 들어 GPU는 딥러닝 연산 머신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자율주행이 대표적인 사용 예다. 엔비디아는 테슬라에 자율주행을 위한 GPU를 공급하고 있으며, 더 빠른 연산을 위해 볼타라는 기술을 추가로 탑재했다. PC용 그래픽카드에도 튜링이라는 기술로 딥러닝 역량을 극대화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ARM 아키텍처를 지원키로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키도 했다. PC나 서버에 인텔 CPU 표준인 x86 아키텍처를 사용하지 않아도 엔비디아 GPU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GPU가 PC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확대하면서 CPU 비중을 줄인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 SOC 개발실장 장덕현 부사장이 NPU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다른 도전도 시작됐다. 바로 NPU(신경망처리장치)다. 인간 뇌 신경망 구조를 재현한 반도체로, 딥러닝을 위해 병렬 연산에 최적화됐다. 저전력이라는 특징 덕분에 모바일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워낙 신기술이고 완성도가 낮은 탓에 GPU와 연산 능력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가 미래 주력 분야로 지목하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조만간 실용화 되고 여러 분야에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AMD와 손을 잡았던 만큼, 새로운 시도도 기대해볼만하다. AMD는 x86 기반 CPU와 GPU 시장에서 2위로 잘 알려져있다. CPU와 GPU, NPU를 통합해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GPU와 관련해서만 협업 중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단, 미래 PC에도 3개 형태 프로세서는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CPU는 간단한 연산을, NPU는 복잡한 연산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딥러닝이 중요해지면서 GPU 역할이 크게 늘었고, NPU도 시장 비중을 높이면서 CPU, 인텔에 의존했던 PC 환경도 크게 변할 것"이라면서도 "각각 장단점이 있는만큼 어느 하나로 대체되기 보다는 함께 시스템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