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로 만든 마을형태 공공도서관 은평구 구산동도서관 마을./ 서울시
서울시의 시민참여예산제 사업 규모가 지난 7년 새 14% 이상 증가했다.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시민 참여율 저조, 시의회 예산심의권 침해 논란 문제가 불거지면서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 시민사회와 협력 강화로 주민참여예산제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20일 시에 따르면 시민참여예산의 규모는 2012년 499억4200만원(132개 사업)에서 올해 570억4000만원(705개 사업)으로 70억9800만원 늘어났다. 2012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약 14.2% 성장했다.
시민참여예산제는 주민이 예산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정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해 재정활동의 민주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시작됐다. 2004년 3월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가 제정되면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시는 2012년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의 시민참여예산제는 올해로 시행 8년 차를 맞지만 시민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다. '2018년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사례집'을 보면 참가자 수는 2015년 10만2351명, 2016년 10만9938명, 2017년 11만6477명, 지난해 12만801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민의 약 1%가 참여한 셈이다.
서정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의 성패는 '주민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해 얼마만큼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삶이 개선되는 성과 사례를 홍보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 은평구는 '관급공사 주민참여 의무화' 제도를 통해 주요 사업의 설계 단계부터 시공, 준공까지 전 과정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반영한다. 지난해 구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2018년 주민참여예산제 우수자치단체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이장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민참여를 높이고 확대시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사업 계획 시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장욱 부연구위원은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과 예산에 대해 자유롭게 제안하고 토론·결정할 수 있는 참여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에 참여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의회 예산심의권 침해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7일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다. 시 예산편성권을 시민에게 부여하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서울시의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허철행 영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 의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 정착에 있어 적극성이 부족하거나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있다"며 "지방의회의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가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간섭하는 것은 월권이나 기능 침범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유리돼 있는 지방의회와 시민사회 간의 간극을 좁히는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인식돼야 한다"며 "주민참여예산제의 시행으로 지방의회가 시민사회와 함께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