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로 성북구청장이 2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거주하는 임모(83) 씨는 교통사고로 척추와 골반을 다쳐 허리를 펼 수 없었다. 수납장에 있는 물건을 꺼내기 위해 의자를 딛고 올라서려다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 임 씨의 집을 방문한 청년들은 싱크대의 높이를 낮추고 수도꼭지를 사용하기 편리한 위치에 설치했다. 안방과 거실, 욕실에는 동선을 따라 안전손잡이를 부착했다.
서울 성북구는 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나이와 소득, 능력에 관계없이 내가 사는 동네에서 자립적으로 안전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 우리 어르신들의 희망"이라며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서비스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고령자의 생활양식을 고려한 맞춤형 주거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는 일반적인 집수리에서 나아가 노년층의 생활방식에 맞는 거주 환경을 만드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구는 관내 27개 저소득 노인 가구를 선정하고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사업을 실행할 청년 인재 16명을 선발했다.
청년들은 어르신들의 장애유형, 주거유형, 이동방법, 주거생활 행위, 공간 적합성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문턱 제거, 보행 안전 손잡이 설치, 싱크대 높이 조절 등을 통해 주택을 안전하게 개조했다. 또 청소와 방역을 실시해 위생적인 주거환경을 만들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령자 안전사고 중 72%가 주택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79%가 재발방지를 위한 시설이나 장비를 설치한 적이 없고 2차 안전사고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연숙 연세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고령자가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지원하면 안전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약 1조3000억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대처했던 선진국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북구는 지난 2016년 7월 말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전국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구는 올 연말까지 시범사업 가구의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승로 구청장은 "정릉동과 장위동은 노후주택 비율이 각각 75%와 67%로 높은 편이다"며 "성북구가 적극적으로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