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현장 활동 중인 소방대원 모습./ 서울시
서울시가 폭염으로부터 소방관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추진한다. 지난해 소방공무원 특수건강검진에서 10명 중 6명 이상이 건강이상자로 나타나는 등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시에 따르면 오는 9월 30일까지 서울소방재난본부 산하 전 기관을 대상으로 '폭염대비 소방공무원 건강관리 추진 계획'을 실시한다.
시는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사전에 소방관의 건강과 컨디션을 체크한 후 이상이 있으면 현장 투입에서 제외한다.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시는 화재 진압 작업이 1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119재난현장 회복차량'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휘차량과 펌프차량에 아이스박스를 탑재해 얼음물을 상시 제공하고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식염포도당을 비치해 폭염에 대비한다.
현장 활동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제시된 고온 노출 기준에 맞춰 진행한다. 더위 체감지수가 29인 경우 30분만 작업을 하고 30분은 쉬도록 한다.
홍성룡 서울시의원이 시 소방재난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은 소방공무원 6878명 중 4634명(67.4%)이 '건강이상자'로 나타났다. 이중 365명(5.4%)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변 비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도 5명이나 됐다.
시는 소방공무원이 현장을 출동한 후 돌아오면 각 소대장 책임하에 심신안정실을 이용하도록 권장한다. 또 체온과 혈압 등 온열 질환 여부도 확인한다.
현장 활동 중에는 매 15~20분 간격으로 대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수분(염분 포함)을 섭취하도록 한다. 시는 현장대원의 탈수와 탈진 방지를 위해 각 소방서마다 아리수 1000병을 보급한다.
소방공무원은 화재 진압에 투입되는 등 업무 특성 상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노출 위험이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최고 기온은 39.6도를 기록했다.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은 43일에 달했다. 폭염특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내려지는 기상 경보다. 소방관들은 폭염에도 공기호흡기(11kg), 안전화(2.9kg), 방화복(3.8kg), 헬맷(1.2kg) 등 약 20kg에 달하는 개인보호장비를 착용하고 화재 진압에 나선다.
기상 관측 이후 111년 만의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졌던 지난해 여름(7월 12일~8월 2일) 시 소방재난본부에 접수된 온열질환 신고 건수는 총 234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중 175명이 응급 이송됐고, 59명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총 2만9248명의 소방인력이 투입됐고 차량 등 장비 1만600대가 동원됐다.
시는 "여름철 폭염으로부터 현장 활동 대원을 보호할 것"이라며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관리하고 심신 안정을 도모해 폭염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