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국산화 앞당기는 계기 될 수 있어
후성·SKC코오롱PI·동진쎄미켐…토종 기업 관심↑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에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국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당장 국산 소재로 일본산을 대체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기회에 핵심소재 국산화가 이루어질 경우 이들 소재 업체들에는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를 계기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향후 무역 제재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산 소재 기업과 거래를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후성, SKC코오롱PI, 동진쎄미켐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들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힌 소재는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그리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총 3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에칭가스 관련 소재 기업들로는 후성과 솔브레인 등이 주목받고 있다. 후성은 반도체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후성은 특히 불소 화합물 사업에서 30여년간 축적된 불소기술의 노하우와 고도화된 공정기술로 국내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현재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공정용 화학 재료 솔브레인도 최근 공주공장의 반도체용 불화수소산 생산 가능량(CAPA)을 증설한 바 있다. 이밖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자회사 팹테크놀로지, SK머트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등도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다.
에칭가스는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다. 반도체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식각(etching) 등 공정에 사용된다. 에칭가스의 경우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높지 않아 국산 대체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에칭가스의 일본 시장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70%다. 스텔라화학, 모리타화학, 쇼와덴코 등이 관련 기업이다. 한국의 에칭가스 수입 중 약 2843만 달러인 43.9%가 일본에서 들어온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기업 중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SKC코오롱PI 등이 일본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두 기업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비슷한 소재를 생산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폴리이미드 제품을 개발해 양산설비가 구축돼 있는 등 필름 관련 소재로는 국내 업체 중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SKC코오롱PI도 고강도 플라스틱인 폴리이미드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을 강화한 필름으로 필름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징, 전기차 경량화 소재, 3D프린팅 소재 등에 사용된다.
일본은 전 세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생산의 90%를 차지한다. 한국은 전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입의 93.7%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JSR, 스미토모, 우베 등이 관련 일본 기업이다.
리지스트의 경우 일본이 기술력 차이가 커 대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동진쎄미켐이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한 리지스트 관련 기업이다. 그러나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에 리지스트를 공급 중이기 때문에 생산설비를 확대하면 일본 소재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액 재료다. 반도체기판의 포토마스크를 제작할 때 사용된다. 리지스트는 일본이 세계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리지스트 수입의 91.9%를 일본에 의존했다. 전체 수입액 1억1266만 달러 가운데 1억315만 달러를 일본에서 수입 중이며 혼슈화학공업, 도쿄오카공업 등이 관련 기업이다.
KTB증권의 김양재 애널리스트는 "감광제(리지스트)가 진입장벽이 높지만, 나머지 2가지 소재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감광제의 국산화가 어렵지만 차후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의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국산 대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