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ASML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이 최근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 레지스트는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사용되는 소재다. EUV는 초미세 반도체에 필수적인 공정이다. 전 세계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만이 도입에 성공했다.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당장은 EUV 비중이 낮은 만큼 큰 피해가 없겠지만, AMD를 비롯해 주요 수요처에서 본격적으로 주문을 확대하는 상황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며, 고객 확대를 목전에 둔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영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수혜 기업은 당연히 대만의 TSMC다. TSMC는 파운드리 부문 독보적인 기업이었지만, 삼성전자에 빠르게 추격당하면서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상태다.
TSMC는 최근 일본에서 10년만에 기자간담회를 열며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팹리스 업체에 대한 구애작전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TSMC 기자간담회가 끝난 직후에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센서사업팀을 새로 꾸리고 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S.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 박용인 부사장 /삼성전자
다음 타깃은 이미지 센서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이미지 센서는 빛을 디지털로 변환해주는 반도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4조원대로, 스마트폰 멀티카메라와 자율주행차 확대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올 초 센서사업팀을 새로 출범하고 이미지 센서를 주요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를 겨냥했다는 추측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미지 센서 시장 1위가 바로 일본 소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점유율이 49%나 됐지만, 0.7㎛ (마이크로미터) 벽에 막혀 삼성전자와의 기술 우위를 뺏기면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