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면서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도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들이 늘어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감기 몸살과 같은 가벼운 질환은 동네 병·의원을, 암 등 중증질환은 대형병원을 이용하도록 의료체계를 효율화하는 개선방안을 만들어 추진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대형병원이 고난도의 중증질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될 수 있는 지정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 종류별로 역할을 분담하고자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 중에서 암 등 난도가 높거나 희귀하고 복합적인 질병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곳을 평가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되면 의료기관 종류별로 수가를 가산해주는 '종별 가산제'에 따라 기본진찰료 등 행위별 수가를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 다른 의료기관보다 5~15%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이 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는 현재 4기 상급종합병원(2021∼2023년)을 뽑고자 지정기준을 손질하고 있다. 현재 지정된 상급종합병원은 42곳이다. 현행 기준으로 상급종합병원 신청을 하려면 환자 구성 비율에서 중증환자의 비중이 최소 21%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또 이런 최소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상대 평가에서 중증환자 비율이 35% 이상 되어야 만점(10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절대적, 상대적 평가 기준을 각각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즉, 최소기준인 중증환자 비율 21%를 더 높이고, 상대 평가 기준 35% 중증환자 비율도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증질환에도 대형병원부터 찾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동네 의원과 대형병원 간의 환자 의뢰와 회송 시스템을 한층 확대, 활성화하기로 하고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동네 의원이나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환자 진료를 의뢰하면 1만원의 '의뢰 수가'를 신설해 지원하고, 상급종합병원이 호전된 환자를 협력 진료 의뢰 병원 등으로 되돌려 보내면 '회송 수가'를 기존 1만원에서 4만원으로 올려서 지급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당뇨와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동네 주치의 개념을 도입해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 말 시범사업을 완료하는 대로 평가작업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 '2018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를 보면, 전체 의료기관에 지급된 요양급여비 중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0%에서 2018년 34.3%로 올랐다.
특히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의 점유율은 지난해 8.5%에 달했다. 이에 반해 동네 병·의원인 의원급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28.3%에서 27.5%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