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연구개발(R&D) 예산 중 실제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비중은 20%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평균 1조원 이상이 드는 반면, 정부가 매년 지원하는 금액은 6억원에도 못미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연구개발 투자 현황을 분석한 이 같은 정책보고서를 8일 발간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의 국가 R&D 투자와 기업 지원의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된 정부 재원(2016년 기준) 중에서 대학에 지원된 비중이 4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출연연구소(22.7%) △기업(19.9%) △국공립연구소(5.2%) 순으로 파악됐다.
적은 예산으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제약·바이오사에 투자된 금액은 대학지원 예산의 절반에도 못미친 것이다.
연 평균 지원 금액도 최대 5억9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약 1개를 개발하는데 평균 1조원 이상이 들고, 임상 1상에만 약 37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약개발에 10년이 걸린다고 가정해도 6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제약기업들이 체감하는 지원 효과가 여전히 미미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은 여기서 나온다.
2011년 이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흐름 등을 분석한 이상은 협회 정보분석팀 과장은 "정부의 대학·출연연구소 등 기초 연구분야에 대한 지원 비중이 과도할 정도로 큰 만큼 그 성과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산업 현장으로 연계되도록 보완해야 한다"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 민간기금 투자 촉진 혜택, 성공불융자 등 간접적인 방식의 연구개발 촉진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종합계획과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종합 5개년 계획이 결국은 약가 인하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종근당 김민권 부장은 "정부는 결국 약제 재평가, 약가 조정, 약제 급여 전략을 계획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업계에서는 또 다시 약가인하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약품비 비율의 문제나 약가인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것이 정책 성공에 다가가는 첫 걸음"이라고 제언했다.
인공지능 출현으로 신약개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철휘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부센터장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한 제약산업계 패러다임 전환에 신속히 대비해야 한다"며 "후발주자인 한국은 규제 완화, 미래 기술로의 점프, 개방형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 참여, 산·학·연 각 주체의 역량을 한데 모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