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웨이퍼 실리콘 등 의존도 높아
공작기계·탄소섬유 등 국산 등 대체 가능
中企, 수입 다각화 어려워 장기화시 위험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세가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 일주일만에 추가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탄소섬유, 공작 기계 등 주요 산업 분야다.
일부 업계는 추가 규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지만, 대부분은 대안 마련에 자신감을 나타내며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 달 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정부가 규제강화 대상을 공작기계나 탄소섬유 등 다른 수출 품목으로 확대할 의사를 밝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화이트리스트는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이다.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국가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총 27개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동아시아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디스플레이와 웨이퍼 실리콘 업계는 일본 의존도가 높아 특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디스플레이 소재는 일본이 독점하고 있어 규제가 확대될 경우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LG디스플레이 강인병 부사장은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만큼 심각하지 않다"며 "불산만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 불산은 일본 이외에 중국, 대만에도 있으니 그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고민이고, 재고를 정확히 파악해 대책을 잘 마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의 원료, 실리콘도 일본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되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한 웨이퍼 생산사인 SK실트론은 실리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일본산 실리콘이 순도가 가장 높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전언이다. SK실트론은 글로벌 점유율 9%, 300㎜ 웨이퍼 기준으로는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웨이퍼도 절반가량을 일본에서 수급한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웨이퍼나 실리콘으로 확대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단, 업계에서는 웨이퍼 수급이 어려워져도 첫 번째 규제 조치만큼 피해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과 독일 등에서 웨이퍼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웨이퍼 실리콘을 제외한 다른 반도체 소재·부품으로 규제가 확대돼도 그리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1차 수출 규제 품목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제외하면 일본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작 기계와 탄소 섬유도 국산품으로 대체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작기계는 기계 부품을 가공하는 기계로 크기가 크고 비싸 사용 기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신규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아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더라도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공작기계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국산을 비롯해 유럽 등에서 대체 수입 가능하다.
공작기계 중 NC(수치제어)장치의 수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의 수입이 감소하고 중국, 대만, 독일, 스위스 등 다른 나라에서의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공작기계를 만드는 현대위아 관계자는 "일본에서 NC(수치제어)장치의 경우 약 30% 정도 수입하고 있지만, 선호도가 일본 장치일 뿐이지 아예 대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탄소섬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탄소섬유는 원사를 대부분 일본 도레이사에서 수입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나 프랑스 등으로 수입처를 다각화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기업 중 효성이 탄소섬유를 생산해 국산 제품으로 대체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 수출 제한조치와 관련된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6개월 이상 수출규제가 계속될 경우 견디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국내 기업 소재 개발 또는 소재 수입 다변화에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 답했다. 응답 중소기업의 42%가 소재 거래처 다변화에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답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된다는 응답도 34.9%로 상당히 높았다. 6개월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업체는 23.1%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