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행을 위한 핀테크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개각을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기업이 울상이다. 최종구표 금융정책인 데이터 3법 등이 아직까지 국회에 묶여있는 데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따라 핀테크 지원 사업 등이 현재 만큼의 추진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업계 내부에선 최 위원장의 사의표명을 두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올 2월 간담회를 할 때만 해도 핀테크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지금 업계에선 기존 사업 조차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데이터 경제 법안 등에 차기 금융위원장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지 의문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금융위원장에 따라 미완의 상태인 핀테크 산업의 성장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2년간의 임기 기간동안 '핀테크 위원장'으로 불리며 핀테크 산업 육성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시장 진입부터 성장, 시장 확장까지 단계적으로 성공해나갈 수 있도록 종합적 지원방안을 모색한 것. 그 중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최 위원장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샌드박스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최장 4년간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로, 규제에 가로막혀 발전하지 못했던 금융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문제는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핀테크 산업 육성프로그램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차기 금융위원장이 핀테크 산업과 데이터 경제 법안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 공들인 핀테크 산업이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최 위원장도 사의를 공개 표명한 지난 18일 신용정보법 개정 긴급 간담회를 통해 "데이터 경제 3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 노력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법 개정이 지연될수록 마이데이터, 비금융 신용관련정보(CB) 등의 사업을 위해 적은 자본금과 인력으로 하루하루 생존을 건 경쟁을 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신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안은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통칭하는 말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핀테크 기업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흩어진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해주고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핀테크 업계는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누가 올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상반기에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기업에게는 법안통과가 생존이 걸린 시급한 문제인 만큼 핀테크 산업과 데이터 경제 법안 등에 긍정적인 차기 금융위원장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기 금융위원장 유력후보로는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일부에선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위원장은 청와대의 사전 인사검증 후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9월중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