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해체 후 삼성 계열사들은 인력 수급과 이탈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삼성은 그룹 해체 후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무리한 검찰 수사로 미래 먹거리 육성이 표류하는 가운데, 인력들도 삼성을 기피하면서 기둥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처음 적자전환 후 2분기 연속이다.
올 초 가동한 3공장이 여전히 목표치만큼 가동되지 못하는 탓이다. 검찰 조사가 계속되면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유안타증권 서미화 연구원은 " 연초에 제시했던 3공장 20% 가동과 3공장 50%이상의 수주 달성이 늦어지는 것은 우려"라며 "회계이슈가 지속됨에따라 새로운 고객사 유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건희 회장이 '비전 2020'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다. 3공장이 완공되면서 연 생산능력이 36만ℓ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성장에 발이 묶인 상태다. 김태한 대표를 향한 구속 영장이 연달아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검찰은 칼날을 거둘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 2030'도 시작부터 위기다. 한일간 정치 갈등으로 시작된 일본 수출규제도 문제지만, 좀처럼 인재가 몰려들지 않는 상황에 더 큰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몬트리올 AI랩을 밀라연구소로 확장이전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미래 인재 양성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17년 삼성보안기술포럼을 시작했고, 연세대학교 등에 반도체학과도 신설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한 드림클래스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하는 등 장기전까지도 염두에 두는 모습이다.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5개국에 글로벌 AI센터를 구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이공계열 고급 인력들이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도 삼성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현실에서 이유를 찾는다. 삼성그룹이 해체된 후 '삼성맨' 위상이 크게 떨어지면서 삼성을 기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 순위에서 하락세를 보인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대학생이 꼽은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2014년 처음 1위를 뺏긴 후 3위와 5위 사이를 오고가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탈자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미국 등 해외 기업이나 연구소를 선호하고, 실제 이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5년차 미만 신입 직원들 사이에서 퇴사자가 많다는 증언이다. 중국에서 막대한 연봉 제의가 오면 떠나겠다는 임원도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른 회사들보다 대우가 나쁘지 않은데도 박사급 인력 사이에서는 미국이나 연구소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며 "삼성그룹 해체 후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명예보다는 비리 기업에 다닌다는 눈초리가 심해진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연일 주가를 올리는 모양새다. 유고브 조사 결과 16개국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상위 10위에 포함됐으며, 필리핀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 뿐 아니라 프랑스와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서는 최상위권에 올랐다. 해외 주요 석학들도 상당수 삼성으로 이동했다.
삼성 해외 이전 가능성을 '허튼소리'로만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도 여기에서 나온다. 생산시설과 연구소 상당수가 해외에 둥지를 튼 상황, 앞으로 주요 기능까지 해외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라면 국적이 사업에 방해가 될 경우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며 "삼성은 이미 주요 부문 상당수를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그룹이 해체된 만큼 움직이기 훨씬 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