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서울 중구 광교사거리에서 발견된 포트홀./ 김현정 기자
서울시가 지난 5년간 노후포장도로 정비를 위해 해마다 6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연간 3만여개의 포트홀(아스팔트 도로 표면 일부가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생긴 구멍)이 발생해 도로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시에 따르면 노후도로 정비를 위해 사용된 예산은 2014년 507억원, 2015년 557억원, 2016년 629억원, 2017년 620억원, 2018년 641억원으로 매년 약 590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시가 도로정비에 쏟아부은 돈은 5년 동안 134억원 늘었지만 포트홀은 줄지 않았다. 같은 기간 포트홀 발생 건수는 12.3%(3775건) 증가했다. 포트홀은 2014년 3만612건, 2015년 3만6887건, 2016년 3만6854건, 2017년 3만3940건, 2018년 3만4387건 등 연평균 3만4536건씩 발생했다.
서울시의회는 "시는 2014년부터 노후포장도로 정비를 위해 평균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서울시 포트홀 발생건수는 3만~3만7000건으로 변화 추이를 보면 개선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로포장공사·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포트홀로 인해 운전자나 보행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포트홀은 도로포장이 노후화되거나 시공 불량인 경우 도로에 균열이 생겨 빗물이 침투해 발생한다. 포장도로 노후화에 따른 아스팔트 균열부, 노출골재 관리 부실에 의해 생긴 틈새 등이 포트홀을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차량 통행량 증가, 기후환경 변화도 포트홀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시가 지난 2017년 발간한 '도로관리 기술백서'에 의하면 서울시 도로의 지점당 통행량은 일평균 5만6700대로 일반 국도(1만1000대)의 5배가 넘는다. 전체적인 교통량 증가와 함께 버스, 트럭 등 중차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포장층 지지력이 저하돼 도로가 파손, 포트홀이 생기고 있다.
특히 포트홀은 도로에 물이 고이는 우기와 동절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는 게릴라성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포장 파손도 늘어났다고 시는 설명했다. 지난 2016년 7월 전북 완주군에서 포트홀에 걸려 넘어진 오토바이 운전자 A씨가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도로 관리자인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A씨의 배우자에게 2300만원, 자녀 2명에게 1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포트홀은 자칫 대형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도로 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서울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6일 서대문구 독립고가차도 위에 가로, 세로 각각 0.5cm, 깊이 5cm가량의 포트홀이 생겨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시는 매년 실시하는 포장정비를 기존 표층 재포장에서 예방포장·긴급보수포장 등의 정비기법으로 변경해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는 향후 10년 안에 포트홀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포트홀 저감 대책이 현장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아스팔트 혼합물의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스팔트 혼합물의 배합설계에서부터 플랜트와 현장 다짐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 개선을 위한 연구를 통해 기술 수준 향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