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학 자율' 정원감축 사실상 '실패'…10분의 1도 안 해
-2021년 대학 입학정원 계획 분석
-전문대·지방대학 위주 감축 여전
정부가 대학의 정원감축을 시장, 즉 '대학 자율'에 맡겼더니 당초 감축 규모 계획에 1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정책적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았다는 평가다.
31일 대학교육연구소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의 '2021학년도 입학정원 및 모집인원'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따른 대학의 정원감축은 4305명에 불과할 것이라 예상했다. 2018학년도 대비 -0.9% 수준이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9월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발표 시 권고한 감축인원 1만명의 절반에 그칠뿐만아니라, 당초 2주기 감축 규모로 계획한 5만명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인원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 입학 정원을 2013학년도 56만명에서 2023학년도 40만명으로 16만명 감축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원 감축은 3주기에 걸쳐 진행한다. 이에 따라 2015학년도~2018학년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해 입학정원 6만명을 감축했다. 2주기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개정한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정원 자율감축 대학을 선정했다. 2022학년도부터 시행할 3주기 정책은 올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2주기 감소폭이 1주기에 비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정원감축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1주기와 2주기 정책을 통해 감축한 입학정원이 고작 6만5000여명 수준이다 보니 오는 3주기 정책의 정원감축 압박도 그만큼 커질 예상"이라며 "특히 3년여간 10만명 가까운 입학정원을 섣불리 감축하려 하면 대학가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료를 분석한 연구소 측은 정부가 2주기 정원감축을 시장, 즉 '대학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당초 교육부는 2주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감축 인원 5만 명 중 3만여 명을 '시장' 즉 학생 선택을 받지 않은 대학들이 자연 감축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적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들이 '솔선'해서 정원을 감축할 이유가 없어 '시장'에 의한 감축 규모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1학년도 정원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은 대학은 전체 대학의 절반을 넘는다. 198개 4년제 일반대 가운데 173곳이 정원감축 계획이 없었고, 135개 전문대학 가운데 46곳도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았다. 일반대·전문대학 333곳 중 219곳이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정원감축은 주로 전문대학 집중됐다. 2021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16만2356명이다. 2018학년도 16만7464명보다 5108명 줄었다. 지역적 편차도 드러났다. 2021학년도 대학들이 줄이기로 한 정원감축 4305명 가운데 부산·울산·경남의 감축규모가 1018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원 808명, 대구·경북 754명 등이다. 수도권은 370명을 줄이기로 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9%에 불과한 수치다.
임 연구원은 "이 결과 2021학년도 수도권의 입학정원 비중은 38.8%에서 39%로 도리어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며 "정원감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전문대학과 지방대학 위주로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학들은 정원 외 감축에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학에서는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정원 내 모집'과 '정원 외 모집'으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수도권 대학의 2021학년도 정원 외 입학정원 감축 규모는 무려 1만9497명이다. 비율로는 38.1%에 달한다.
그러나 연구소에 따르면 대학들이 '정원외 모집은 미충원률이 높다'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연구소 측은 "일부 대학에서는 정원 외 모집인원을 줄인 것이 실제 모집인원 감소 효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 대학에서는 어차피 채우지 못할 인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으로 분석돼 학령인구 감소에 호응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보다 적극적인 구조개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3주기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3주기 방안을 통해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을 통해 교육여건에 맞게 적정 규모로 운영 될 수 있도록 하고, '지방 대학'은 미충원으로 여건이 악화돼 지역인재 유출 및 지역발전이 저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