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임상3상 중단 소식에 이틀 연속 하한가로 추락했다. 회사측이 긴급 간담회를 갖고 펙사벡의 임상 결과를 공개했지만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반토막이 났고, 대장주의 몰락에 코스닥시장도 600선이 무너지며 크게 흔들렸다.
◆이틀만에 시총 '반토막'
5일 코스닥시장에서 신라젠은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가격제한폭(29.97%) 까지 추락한 후 결국 2만1850원에 그대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4만4550원이던 주가는 거래일 이틀만에 2만원대로 추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3조1653억원에서 1조5525억원으로 1조6000억여원이 증발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도 3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펙사벡의 간암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임상3상 시험 중단을 권고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밝혔지만 주가 하락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펙사벡의 항암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신장암과 대장암 병용 임상과 술전요법에 집중하고, 진행 중인 임상 데이터가 일정 수준 확보되는대로 라이선스 아웃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투자심리는 살아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날 신라젠 거래물량은 20만주에 그친 반면 하한가 대기물량은 1200만주를 넘어섰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에 개인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만일 내일 또 다시 하한가를 기록하면 신라젠 주가는 1만원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52주 최고가는 11만1000원이다.
◆바이오주 '암흑의 계절'
신라젠 쇼크로 바이오주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셀트리온은 11.01% 급락했고, 헬릭스미스는 전일 대비 17.36% 급락했다. 메디톡스(-19.07%)와 휴젤(-2.58%) 등도 모두 급락세로 마감했다.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에서 시작된 충격이 엘에이치비와 신라젠의 임상 중단 까지 이어지며 바이오주는 당분간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이 신장암, 대장암에 집중한다고 해도 아직 임상 1상 단계라는 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간암치료제 임상 중단 충격을 달래긴 역부족이었다"며 "1만원대 까지 추락하면 어느 정도 반발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워낙 좋지 않아 낙관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기대해 볼 만한 이벤트는 있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대한 첫 번째 임상3상 결과를 9월 23~27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임상3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여러차례 밝혀 결과를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메지온 역시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심장학회에서 단심실증 신약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연구원은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가 마지막 이벤트 가 될 것이고, 결과가 좋든 나쁘든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된다"며 "특히 하반기 SK바이오팜과 보로노이, 올리패스 등 유망 바이오업체들의 IPO(기업공개)가 대기 중이어서 9월말 전후로 바이오 섹터의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