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이어폰 시장 확대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단자 제거하는 경향.
-이어폰 단자 제거 시 디자인, 방수, 방진 효과 등 있지만 불편 호소하는 소비자 많아
무선이어폰 시장이 커지면서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는 추세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선택의 자유를 빼앗겼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최신 스마트폰에서 3.5㎜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16년 '아이폰7'에서 처음으로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고, 화웨이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메이트10 프로'에서 이어폰 단자를 없앴다. 구글도 '픽셀2' 제품에서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 노트10'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처음으로 이어폰 단자를 없앴다. 삼성은 올해 초 출시된 보급형 모델 A9 프로에서 이어폰 단자를 처음으로 제거한 바 있다.
업체들이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 이유는 스마트폰 디자인과 성능 개선이 가능한 데다, 무선이어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 하단 베젤(테두리)과 스마트폰 두께를 더 얇게 만들어 보다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고 방수·방진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 내부 공간을 확보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강윤제 디자인 팀장(전무)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버즈도 생산하고 있고 무선 이어폰 시장이 커지고 있어 사용자에게 대안이 생겼다고 판단했다"며 "우리가 처음 시도한 건 아니지만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종합해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의 의도와 달리 당황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평소 사용하던 이어폰 단자가 있을 줄 알고 스마트폰을 구매했는데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삼성 갤럭시 A9 프로를 구매해 사용 중인 나 모(32)씨는 "무선이어폰을 함께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이어폰 단자가 없어져 당황스러웠다"며 "이어폰 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전용 USB-C 단자에 끼워 사용 가능한 번들 이어폰을 증정하기는 하지만 충전 시 이어폰 사용이 불가하다는 단점 때문이다.
무선이어폰이 가진 편리함 탓에 무선이어폰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남아 있다. 유선이어폰에 비해 음질이 좋지 못하고 배터리 충전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 탓이다. 일부 고가의 무선 제품은 유선에 버금갈만큼 음질이 좋아지긴 했지만 중저가 제품은 아직 유선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갤럭시 노트10을 구매한 김 모(28)씨는 "큰 불편함이 없는 기존 이어폰 단자를 없애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기존에 사용하던 고가의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젠더를 챙겨야 해서 더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무선이어폰 시장이 확대하고 있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무선 이어폰의 세계시장 규모는 2700만대로 올 1분기(1750만대)보다 5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에만 1000만대 정도가 더 팔렸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는 무선 이어폰 판매량이 약 1억2900만 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